22개 안건 일괄 상정…정부안 부재‧의원입법 대체에 野 반발

16일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6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검찰청법 개정법률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 법원조직법 개정법률안 등 22개 안건을 일괄 상정했고,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등 관계 부처 인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날 논의된 법안들은 다음 주 구성될 예정인 법안소위에서 심사가 진행된다.

◇검경수사권 ‘설전’…與 “올바른 조정안 만들어가야” vs 野 “정부안 제시해야”

우선 검경수사권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은 명확한 입장차를 내비쳤다. 특히 정부안이 없다는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 내용을 반영해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백 의원 발의 법안에서는 1차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갖고,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특정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사법경찰과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했다.

그는 “법률개정안은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의 협력관계를 설정해 경찰에게는 1차 수사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에 충실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반영한 안”이라면서 “정부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검경수사권과 공수처 문제가 논의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서 다수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만큼 의원 입법과 정부 입장을 함께 논의해 바람직한 법률안을 마련해주시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정부안이 아닌 의원 입법으로 대체한 것을 집중 추궁하며 박 장관을 나무랐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검찰과 경찰의 이해가 어긋나니까 정부 입장에서는 검경 눈치를 봐야 해서 안을 못 내놓는 것 아니냐. 정부가 의회를 무시해도 유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발의로 정부안을 ‘퉁’치겠다는 것인가. 그만큼 생색을 냈으면 정부안을 냈어야 한다”며 “국회로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지적에 박 장관은 “애초 정부 법률안을 내기보다 정부 입장을 조문화한 법률로써 의원 입법 형식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검경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의회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정부안 제시도 중요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을 성공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백 의원의 발의안에 검찰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특히 자치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여전히 남겨뒀는데, 이는 정부 합의문에 없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백 의원은 “검경이 서로 요구하는 사항이 달라 절대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며 “양 기관의 입장을 듣되 국민 입장에서 가장 올바른 조정안을 만들어내는 게 정부와 국회의 책무”라고 밝혔다.

 

16일 오전 열린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위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법원행정처 등 여야 발의안 논의서도 ‘대립’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공수처 신설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여야 의원들의 발의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고위공직자부패방지처 설치 법안 등 5건의 법안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돼 있다.

특히 송 의원의 발의안에 대해 박 장관은 “법무부 입장을 반영한 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정태옥 무소속 의원은 “11월 12일 안이 제출됐다가 당일 오후에 철회됐다”며 “13일에 법안을 다시 제출했는데 오타를 고친 정도가 아니다. 차장의 숫자가 2명에서 1명으로 바뀌는 등 자구수정이 아니라 내용자체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복잡한 정부입법 과정을 ‘패싱’하기보다도 골치 아픈 것을 떠넘기려는 의도”라며 “사회 기관 간 갈등에 대해 국회 뒤에 숨겠다는 보기 민망한 의도가 아니냐”고 맹공을 폈다.

오 의원의 발의안에는 고위공직자 및 가족의 부패범죄‧관련범죄 등을 수사하는 독립기구를 만들되, 다만 기소권 없이 수사권만을 부여해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14년부터 상설특검제도가 시행됐으나 단 한 번도 상설특검제도가 시행된 적이 없다”며 “상시적 차원에서 고위공직자의 부패 방지 및 근절을 위해 독립적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부패방지처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폐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법안의 취지와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안 의원은 “법관에 대한 인사권이 대법원장에 집중돼 법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법관의 독립 침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대폭 지방법원에 이관하고,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비(非)법관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 신설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심판기능의 효율성과 독립성 및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 법안에 대해서도 정부안 없이 심의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심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오전 열린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위원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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