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지분 확보 공시후 한진칼 주가 급등…장기적 상승 필요조건은 지배구조 개선 성공 여부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평가받는 KCGI가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하면서 향후 주가 향방에 증권가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주식 매수가 진행될 경우 주가가 강세를 이어나갈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칼은 그동안 진행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및 오너일가 이슈 등 여파로 사회적인 관심과 더불어 그룹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진행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 촉구 집회 / 사진=연합뉴스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평가받는 KCGI가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하면서 향후 주가 향방에 증권가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주식 매수가 진행될 경우 주가가 강세를 이어나갈 수 있어서다.

KCGI는 지난 15일 장마감후 공시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식 532만주(약 9%)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지분 취득 목적으로는 경영참여를 명시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에 하루 뒤인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은 전일 대비 3650원(14.75%) 상승한 2만8400원에 마감했다. 한진칼 우선주는 장 개장과 함께 가격제한폭인 1만6350원까지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의 지분 매입은 대부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표대결을 의식한 주가 상승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칼 이사회 멤버 7인 중 3인의 이사와 감사의 임기만료와 함께 KCGI는 이사와 감사 선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일가와 KCGI 간의 표대결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그동안 진행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및 오너일가 이슈 등 여파로 사회적인 관심과 더불어 그룹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기업"이라며 "정기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 사모펀드의 압박을 받은 곳은 삼성그룹과 현대차 그룹이 꼽힌다. 두곳 모두 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으로부터 주주 제안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주주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다. 다만 주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배구조 개편 이벤트가 성과 없이 마무리될 경우 주가 상승이 유지되기 어려워서다. 

국내에서 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CGI 이전에는 장하성 펀드로 더 널리 알려진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문제가 있는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해 주주권을 행사했다. 대표적으로는 태광산업과 한솔제지, 대한화섬 등의 주식을 매입해 대표이사 해임이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장하성 펀드가 투자한 종목들은 주가 급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한 필요조건은 지배구조 개선의 성공 여부다. 장하성 펀드는 펀드를 통한 주주권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주주행동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편입 종목들의 주가 역시 단기적으로는 상승했지만 지배구조 개선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펀드 전체 수익률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청산됐다. 한진칼의 주가가 단기적인 상승세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KCGI의 행보가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이점을 인지하고 있다. 강성부 대표는 이번 한진칼 지분 취득 공시 이전에도  "장하성펀드의 규모가 충분하지 못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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