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경실련 “집값 거품 잡을 것”vs 건설업 “사업 위축, 주택 공급 줄어들 것”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분양가 거품이 빠질 수 있다며 반기는 반면 건설업계는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 위축과 함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결정에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건설사들은 분양원가 공개 확대로 주택공급 위축을 불러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여서 분양원가를 둘러싼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5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확대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공택지 공급주택의 경우 현재 12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공사비를 세부 공종별로 구분해 62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공공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이 공개하는 분양가 정보는 택지비(3), 공사비(5), 간접비(3), 기타비용(1) 4개 항목의 12개다. 하지만 원가 공개항목이 확대되면 공사비는 총 51개로 대폭 불어난다. 택지비 항목도 3개에서 4, 간접비 항목도 3개에서 6개로 각각 증가해 공개 정보는 기타비용을 포함해 총 62개가 된다.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1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로 돌아가는 일이다. 당시 정부는 지난 2007년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주택의 경우 61, 민간주택은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원가 공개항목은 서서히 줄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61개에서 12개로 줄었고 박근혜 정부 때에는 민간부문의 원가 공개항목이 폐지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항목 확대를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적정 가격에 주택 공급이 이뤄져 국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16일 정동영 민주편화당대표는 “40일 뒤 62개 항목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를 시행하게 된다이명박-박근혜 정부가 2012년과 2014년에 걸쳐 없앤 상한제와 원가공개를 되돌리는 이 정권 들어 첫 번째 개혁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1년 이상 지연시킨 것은 유감스러우나 지금이라도 행동에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국토부의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 등 관련 작업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다만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를 넘어 세부자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분양원가 공개만 제대로 되면 집값 거품을 거둘 수 있는데 항목만 몇 개 확대하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검증이 불가능하다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설계·도급·원청 하청 비교표 등)를 가공하지 말고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양원가 공개 확대로 주택공급 위축을 불러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엄연한 기업인데 이윤이 낮은 공공주택 사업 참여는 위축되고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공공택지에서 민간주택 분양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많지만 사업시행 공공기관의 토지 매각 가격부터 매우 높은 수준이다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원가가 공개되더라도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검증할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외부요건에 따라 바뀔 수 있는 항목이 많아 자칫하다가는 입주자와 시공사 간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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