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기탁금·비례후보유세금지 조항 탓…녹색당, 헌법소원 제기

지난 1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는 돈 없고 거대정당 소속이 아니면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에 고액기탁금조항과 비례후보유세금지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현재 국회의원을 낸 정당은 7개다. 이 가운데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 수는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241명으로 80% 이상이다. 기존 정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들까지 합한 비율은 95.31%다. 기존 정당에서 갈라져 나오지 않은 신생 정당의 국회의원은 사실상 없다.

새 정당이나 소수 정당, 새 정치인이 국회에 진입하기 어렵다. 이는 공직선거법이 새 정당과 새 정치인의 국회 진입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제56조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가 1500만원의 기탁금을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하도록 했다.

이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하려면 기탁금 1500만원을 내고 의무적으로 발간해야 하는 공보물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선거비용 보전 기준이 높아 새 정당이나 정치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선거에서 10%이상 득표(절반 보전)하거나, 15% 이상 득표(전액 보전) 해야 한다. 현실상 기탁금과 선거비용 모두 신생 정당이나 정치신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에 김범일 녹생당 조직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모두에게 피선거권이 보장돼 있다는 것은 허울 좋은 얘기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선거에 나갈 수 없고, 정당도 후보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했다.

기득권과 돈 중심의 정치가 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또 있다. 비례대표 후보 유세금지 조항이다.

공직선거법 제79조 1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와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를 제외한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을 홍보하기 위해 공개장소에서 연설·대담할 수 있다’고 했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공개 장소에서 홍보를 제한했다.

기득권 정당들은 지역구 대부분에 지역구 후보를 출마시키기에 비례대표 후보들 홍보에도 어려움이 적다. 그러나 지역구 후보를 몇 군데 밖에 출마시키지 못하는 정당은 선거 공보물을 보내는 것 외에는 사실상 인터넷이 아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없다. 자금이 부족한 소수정당이 선거광고를 하기 어렵고, 방송토론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액기탁금조항과 비례후보 유세금지조항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 국회의원 후보에게 1500만원의 고액기탁금을 받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멕시코, 브라질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리아는 기탁금 제도가 있으나 소액이다.

고액기탁금제도는 1958년 선거법 개정에 의해 도입됐다.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3선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계획했다. 이후 4.19 혁명으로 출범한 제2공화국은 기탁금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통해 영구집권을 꾀하면서 기탁금제도를 다시 부활시켰다.

비례대표 후보 유세금지 조항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가 거의 없다.

비례대표 후보 유세금지 조항은 2016년 12월 9명의 헌법재판관중 5명이 위헌의견을 냈다. 당시 위헌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 의견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공개 장소에서의 연설, 대담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녹색당은 공직선거법의 고액기탁금조항과 비례후보 유세금지조항은 위헌이라며 지난 14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범일 팀장은 “대한민국의 정치는 돈 없는 사람이나 기득권 정당에 줄서지 않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다”며 “선거법 자체가 돈정치, 기득권정치의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장벽으로 인해 새로운 정당들, 그리고 기득권 정당에 줄서지 않는 새로운 정치인들은 번번이 장벽에 가로막혀 국회에 진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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