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한진칼 통해 그룹 전반 지배…주총 표대결 예상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에서 벌어졌던 지배구조 개선 제안과 표대결 등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다만 한진그룹은 이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지배구조 개선 압박은 오너일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다 / 그래픽=시사저널e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에서 벌어졌던 지배구조 개선 제안과 표대결 등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다만 한진그룹은 이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지배구조 개선 압박은 오너일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그레이스홀딩스가 장내 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 532만주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레이스홀딩스의 대주주는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로 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회사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목표가 된 한진그룹은 한진칼과 정석기업, (주)한진, 대한항공 등이 포함된 기업집단이다. 과거에는 (주)한진이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지분구조가 얽혀 있었지만 현재는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그룹내 주력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지난 3분기말 기준으로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중이고, 진에어 60%, (주)한진 22.19% 등을 보유중이다. 따라서 한진칼의 지분을 확보하면 한진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룹내 기업간 지배구조 보다는 최대주주인 오너 일가에 지배구조 개선을 직접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주회사는 타 회사의 지분 소유를 통해 소유 회사들의 사업을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를 말한다. 국내 기업들이 복잡한 지분 구조를 형성하면서 최대주주는 적은 지분만으로도 그룹 전반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에 따라 본격적으로 설립됐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 가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분을 소유해야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투명한 지배구조 형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기업집단이 아닌 한진 그룹에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지분 매입이 진행된 데는 오너 일가가 자리잡고 있다. 지주사 체제에서도 여전히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반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한진그룹의 경우 오너인 조양호 회장 일가는 한진칼 지분 28.95%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이 상장사기 때문에 48.24% 가량의 지분은 나눠져 있고 나머지 51.76%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만으로도 그룹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한진칼은 그룹내 대표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의 지분 29.96%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이 3조1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는 한진칼은 1조원이 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는 셈이다. 다시 조양호 회장 일가의 한진칼 보유 지분을 감안하면 2900억원 수준의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영권을 확보한 지분에는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산술적인 수치일 뿐이지만 국내 대표 항공사를 적은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해석에는 무리가 없다. 

 

지주사 체제를 통한 투명한 그룹 지배구조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오너일가와 마찬가지로 한진칼의 지배력을 일정 부분 확보할 경우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감사 및 이사 선임에 추천후보를 선임하기 위한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부각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은 KCGI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한진칼의 주요주주 가운데 국민연금은 8.35%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크레디트스위스와 한국투자신탁운용, 외국인 주주 등은 각각 5.03%, 3.81%, 5.88%를 보유중이다. 이들 주요주주가 KCGI에 동조하고 소액주주가 힘을 실어줄 경우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한 상황에서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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