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 항공사 최대 2년 운수권 배분 제한, 노선 의무운항기간 확대… "독점 구조 해소, 운수권 활용도 높일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항공재벌 이슈로 골머리를 앓았던 국토교통부가 항공사 ‘갑질’에 엄벌 조치를 도입하고 나섰다. 국토부가 업계 체질 개선을 공언한 만큼 그간 독과점 구조가 굳어진 항공 시장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단순 행정적 절차에 그치지 않기 위해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4일 국토부는 항공안전 및 면허관리 강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항공산업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엔 '갑질'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항공사들의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고, 항공사 및 임원의 자격 조건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본 개선 방안이 제도화될 경우, 형법, 공정거래법, 조서범처벌법, 관세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항공사 임원은 재직에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 항공 관련법 위반에만 국한했던 임원 제한 기준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임원 제한 기간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임원의 재직 제한 기간은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고, 벌금형을 받을 경우도 2년간 재직이 제한된다. ​

 

항공사의 사업 확장에 필수적인 신규 운수권 배분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국토부는 항공사가 향후 중대 사고를 내거나 항공사 및 임원이 관세포탈, 밀수출입 범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최대 2년간 운수권 신규 배분 신청자격을 박탈할 방침이다. 특히 항공사 및 임원의 범죄 혐의에 대한 판결과 무관하게, 사회적 지탄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을 경우 항공사의 신규 운수권 신청 자격을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 및 임원의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아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항공사의 경우 추가적으로 운수권 신청에서 배제되거나 심사 시 감점처리 될 전망이다. 올해도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며 “운수권이 국가적 자산인 까닭에 이 같은 조치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된 개선방안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입법 과정을 거쳐 제도화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경 예정된 신규 운수권 배분 시점에선 올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항공사 사례의 경우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가 항공사 ‘갑질’ 사태를 사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에 가까운 까닭이다. 다만 입법 이후에 소급 적용이 될 가능성도 일부 점쳐진다. 


이 같은 개선방안은 기존 항공 시장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올해 상반기 대형 항공사의 국제선 노선 점유율은 39.9%, 저비용항공사(LCC) 6사의 점유율은 28.9%를 기록했다. 예년에 비해 LCC의 노선 점유율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노선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구조조사 보고서를 펴내고 항공운송업을 독과전 산업으로 분류한 바 있다.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항공시장 구조에 대한 용역연구를 마치고 국토부에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이에 기존 사업자들이 독점한 수익 노선이 여타 항공사에 배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토부도 업계 체질 개선을 공언하며, 현재 1개 항공사가 독점적으로 운항하는 중국, 몽골, 러시아 등 60개 독점노선을 중심으로 5년마다 주기적으로 종합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공사가 독점노선에서 과잉 운임을 부과하거나 성수기에만 운항할 경우 평가를 통해 운수권을 회수하거나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아울러 항공사의 노선 운항의무기간을 차등적으로 설정한다. 현재는 모든 노선이 20주 이상만 운항하면 항공사의 운수권이 그대로 갱신됐으나, 향후 중국, 프랑스 등 선호노선은 연간 40주 이상 운항하도록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할 때 여러 항공사가 동시에 신청하게 되면 평가를 통해 경합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단독으로 신청할 경우엔 해당 항공사에 그대로 주게 돼 있다. 그런 점을 제도적 '구멍'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이번 조치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국토부가 항공 시장을 민간이 아닌 정부 중심의 관리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도 올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기존 방침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아닌 업계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성장은 민간항공사 자체 노력의 성과가 아니다. 공공재원, 외교 활동 등 다양한 정부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공공성을 확보해야 시장도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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