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전셋값, 매매가 절반도 못미쳐…“급락 아닌 숨고르기 장세 지속될 것”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전세가율)이 급락하면서 가격 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전세가율)이 급락하고 있다. 가파른 집값 상승률을 나타낸 강남구의 경우 전세가율이 48.9%까지 떨어졌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부동산시장에서 보는 적정 전세가율은 60% 정도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값 거품 붕괴의 징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은 올해와 내년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가율이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매매가 급등이 원인강남구, 50%대 무너져

 

15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60.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9(60.1%) 이후 최저치다. 강남 11개구는 57.1%를 기록하며 서울 평균 보다 낮았으며 강북 14개구 역시 60.3%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뜻한다. 분모인 매매가가 올라가거나 분자인 전셋값이 하락하면 전세가율은 낮아진다이 비율이 낮을수록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는 커지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급락한 이유는 전셋값에 비해 매매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매가는 전세가율이 최고조에 올랐던 20166(75.1%)부터 지난달까지 22.59% 오른 반면 전셋값은 5.08% 상승하는데 그쳤다. 실제 거주할 목적의 전세보다는 매매에 실수요와 가수요가 더 많이 몰린 탓이다.

 

특히 전세가율 급락은 아파트값 오름세가 가파른 지역일수록 두드러졌다. 최근 6개월 동안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강남구는 지난 9(48.9%) 50%이하로 무너졌고 지난달 0.2%포인트 더 내려간 48.7%를 기록했다. KB부동산이 전세가율을 조사 공표하기 시작한 20134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그 외에 서초구(53%)와 송파구(50%) 역시 전세가율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각종 개발로 가격이 급등한 용산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로 호황을 누렸던 201311월과 같은 전세가율(49.7%)을 기록했다.

 

갭투자 줄어 부동산 시장 하방압력대세 하락장까지는 무리

 

이에 따라 서울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갭투자는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삼아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인데 현 상황처럼 전세가율이 내려 않고 있을 때 갭투자를 하려면 그만큼 자금 마련을 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투자 등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매력 저하는 하방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거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와 종부세가 강화되고 대출까지 어려워진 상황이라 갭투자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50%대가 무너진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을 두고 집값이 거품이 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통 부동산전문가들은 대도시 아파트 적정 전세가율을 60%로 보고 있다. 그 아래로 떨어지면 거품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강남과 용산 등 단기간 급등했던 지역들의 아파트값은 최근 하락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가율 자체만 두고 대세 하락장을 말하기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세가율 그 자체를 두고 모든 구간에서 매매가격 상승과 하락의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전세가율의 오르내림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달리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니 시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그 추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전세가율이 떨어지면서 갭투자도 어려워졌고 보유세 부담 때문에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는데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매매가격이 급락하진 않겠지만 한동안 숨고르기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매매시장 위축 전세로 몰릴까수요 늘어도 입주물량 많아 전셋값 상승 힘들 것

 

일각에서는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잇단 고강도 규제로 인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세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9·13대책의 후속 조치로 정부가 내달부터 청약주택 추첨제 물량에 대해서도 무주택자를 우선 배정키로 하면서 무주택자들이 매매보다는 전세로 눌러 앉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매시장 위축으로 집값 조정 기대 심리가 생기면서 굳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도 변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에 머물고자 하는 수요가 늘 수는 있으나 수요 증가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서울 부동산 시장에는 대규모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팀장은 연내 서울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 물량만 16191가구이며 내년에는 4만여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특히 송파 헬리오시티를 비롯 강남권에 입주가 몰려 있다가격 급등 보다는 국지적 상승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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