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 韓 관광 상품 판매 반나절만에 번복… 국내 면세점, 여행업계만 수개월째 애타는 중

“나 방금 사진 찍혔어.

 

한중(韓中) 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친구로부터 받은 연락이다. 한국에서 놀러온 지인들과 함께 있던 친구가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현지인들로부터 사진을 찍혔다는 것이다. 친구는 중국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요즘처럼 살벌한 분위기는 정말 처음이라고 말했다. 평소였다면 친구 특유의 깔깔한 중국어로 그들과 싸웠겠지만, “분위기가 분위기 인지라…”라며 그냥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이는 전쟁을 학제 속 증언으로만 배운 개인이 경험한 외교 불화의 일례다. 그 후 딱 1년 반이 지났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양국은 화해 무드를 수차례 조성했다. 지난해 10월 31일 한중 정부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양국의 사드 갈등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3월에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방한해 사드 보복 중단 의사를 밝힌바도 있다.  이후 중국인 단체의 한국 관광 제한 조치도 일부 도시에서 재개됐다. 

 

변화는 또 있었다. 14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은 한국행 단체 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국내 면세점과 여행업계 등 유커 감소로 피해를 봤던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피었다. 출발지 제한도 없어서 베이징, 상하이, 우한, 충진 등 간 보듯 찔금찔금 풀리던 한국 관광 제한 조치가 드디어 전면 완화될 수 있다는 바람도 가져봄직 했다. 하지만 반나절만에 해당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한국 언론의 지대한 관심에 부담을 느낀 중국이 다시금 상품을 내렸다는 게 판매 중단 이유로 알려졌을 뿐이다. 

 

언제 다시 재개될지조차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중국 당국이 온라인 관광 상품을 판매할 의지가 있다, 정도만 확인했을 뿐이다. 

 

외교의 핵심은 갈등 관리다. 그리고 그 갈등 관리는 당장의 큰 내용보다도 절차, 즉 과정에 방점이 찍힌다. 씨트립의 관광 재개는 중국 당국이 그간의 양국 갈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로 비친다. 이런 움직임이 포착된 지 반나절만에 가게 문 닫듯 모든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해버린 일은, 해당 사안에 기대를 거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화해의 과정이 지지부진 수개월째 삐걱거리니 잘 지내보자는 과거의 진심마저 의문스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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