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행 금소연 대표 “기초서류 위반·불완전판매에 ‘고의성’도 보인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PD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이 약관이다.”

또다시 보험약관을 두고 문제가 터졌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다. 자살보험금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약관을 가지고 생명보험사들이 고객들과 다투고 있다. 고객과 금융감독원의 주장은 간단하다. “약관대로 달라.”

반면 생보사의 주장은 복잡하다.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 산식이 약관에 편입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기타 등등. 그러므로 보험금 미지급금을 줄 수 없고 정 받고 싶으면 소송하자고 생보사는 말한다.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와 문장을 선택한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논란은 복잡해도 진실은 아주 단순한 데 있다.

15일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서 만난 조연행 금소연 대표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의 중요한 점은 자살보험금 사태 때보다 더 명백히 보험사의 책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금감원이 보험사에 끌려다니는 분위기다. 지금은 보험사의 고의성도 다분하다. 삼성생명 등 생보사에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더 이상 못하게 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계속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모든 보험 논란을 해결할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그 무엇보다 약관이 우선한다.” 그가 말한 이 한 문장이면 해결 방법으로써 충분하다.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벗어나면 모순에 빠진다.

조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생보사들의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생보사들이 마지막 수단으로써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지급재원을 차감하는 것은 보험의 원리다’라고 해도 고객은 보험사가 주장하는 보험의 원리를 생각하며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오직 약관을 통해서만 상품을 이해하고 돈을 맡긴다. 이것을 알고도 즉시연금 약관에 지급재원 공제 내용을 넣지 않은 것에 대해 조 대표는 “실수보다 판매와 마케팅을 위한 고의적 행위”라며 “공제 내용이 있었으면 고객이 상품을 외면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4항에서도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약관의 해석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법률로써 정해 놨다. 약관에서 실수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고의적인 불완전판매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법률이 현재 무시되고 있다. 즉시연금은 지금 생보사에 유리하게 해석되고 있다. 조 대표는 그래서 “이번에 즉시연금이 해결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약관 위배, 기초서류 위반이다. 굉장히 중대한 범죄다. 영업정지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명백한 불완전판매임에도 금감원이 강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PD

조 대표는 현재 즉시연금 피해자 공동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공동소송 2차 원고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소송대상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15개 생보사다.

그는 “1차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소송 제기를 했다. 이번에는 즉시연금 피해자들의 환급예상액을 조회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공정거래위원회 지원으로 개발했다. 공동소송 원고도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집단소송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다 보니 이렇게라도 해서 원고단을 모집할 수밖에 없다”며 “굉장히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이렇게 동일한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소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인에게 소송은 부담이 된다. 1차에는 250명 민원 가운데 소송비용을 분담한 인원이 100여 명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야 지금과 같은 일들도 일어나지 않고 진정한 소비자운동이 시작될 수 있다”며 “지금은 보험사들이 약관을 위반하고도 ‘소송을 하려면 해라’라는 식이다. 약관을 위반해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송이 발생해도 그 한 사람만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수천억 이익이 생기기에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더 치명적인 것은 생보사들이 이런 비슷한 사례가 또 생길 것을 염려하고 이번 즉시연금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것”이라며 “금감원에 한발 물러서면 약관으로 인한 더 큰 미지급 보험금 사태가 터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이런 방식으로 거부행사를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시연금 피해자에 대해 “소송에 참여해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고 금감원에 대해선 “더 강하게 생보사를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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