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직결…개별 종목 불확실성에서 그룹 불확실성으로 확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고의적인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면서 관전 포인트가 삼성 그룹 전반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놓고 보면 거래정지에 들어가겠지만 현실적으로 상장폐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사안을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한 만큼 이를 통해 이익을 본 삼성물산 관련 사안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14일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지배력 변경 정당성 확보하기 위해 자의적인 회계원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고의적인 위반이 발생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과징금 80억원 부과, 검찰 고발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특별감리를 시작하면서 표면화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가 1년7개월 만에 고의 분식으로 결론이 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장 오는 15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된다. 이날 증선위에서 검찰 고발을 결정한 데 따른 거래정지다. 

 

국내 상장 법인의 경우 검찰에 고발될 경우 위반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5% 이상, 대규모 법인의 경우 2.5% 이상 이면 상장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기자본은 3조8000억원인데 고의 분식회계로 인해 증가한 자본금이 2조원이 넘기 때문에 실질심사 대상이다.

 

◇고의 분식회계 결론…상장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아

 

한국거래소는 오는 15일부터 15일 이내에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게 된다. 이어 20일 안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폐지를 결정할 판단 기준은 해당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 등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지 여부와 재무상태가 건전한지 등이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불법행위나 경영안정성,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분기 매출액으로 1011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만 놓고보면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9년에는 3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2공장에서도 임상 후보물질을 내놓으며 영업상황에는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 지속성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상장폐지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재개하게 된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상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를 짓누르던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추가 하락 요인은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이 사법 영역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증선위 발표에 대해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가 금융의 영역을 벗어나 사법적 판단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분식회계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옮겨 붙는 불똥…삼성바이오 주가 예상 어려워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향후 관전 포인트가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이번 증선위를 앞두고 공개된 삼성 측 내부자료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이 단순히 계열사 내부 부정 행위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대응임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을 저질렀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의혹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삼성 측 내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조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이 난 이상, 이를 통해 이익을 본 삼성물산과 삼성그룹 오너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함께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삼성 그룹 입장에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 그룹은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 등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 역시 감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등 관련 사건 역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추가 투자가 필수적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불안은 주가에 부정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여부는 금감원과 증선위가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감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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