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체, 키워드‧태그‧게시 무조건 차단하지는 않아

인스타그램에 자해 태그를 검색하면 '지원받기', '게시물 보기' 팝업이 뜬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요즘 자해 관련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자해 인증샷 찍기, 자해 동영상 유포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고 일산의 한 학교에서는 한 반 전체 아이들이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 지도 시 다음 사항을 꼭 체크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8일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보낸 메시지다. 이 교사는 직접 자해라는 단어의 언급은 피해달라고 한 뒤 손목 등 아이들의 몸에 이상한 상처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의심스러우면 꼭 담임교사와 보건교사에게 문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자녀가 급격한 감정기복을 보이면 주의 깊게 관찰하고 커터칼을 가방이나 필통에 소지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해게시물을 올리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모니터링은 쉽지 않다. 심각하게 유해한 콘텐츠를 가리기 어려울뿐더러 무조건적인 차단은 오히려 자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봄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위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자해 관련 게시물도 크게 늘었다. 14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자해로 태그된 게시물은 44000개가 넘는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도 해당 단어로 영상들이 게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차로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고통이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이에 더해 자극적인 게시물을 통한 확산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비뚤어진 과시욕과 이에 달리는 댓글들이 잠재적 자해 시도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효과가 있고 결국 모방효과를 불러온다고 분석했다.

 

순찬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자해 행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자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사이에 자해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소속감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해를 시도하는 청소년들은 소수이고 대다수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자해라는 방법을 택한다.

 

청소년들은 자해를 통해 심리적인 고통을 신체적인 고통으로 전환해서 해소한다. 이런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처벌하려는 심리가 있는데 자해라는 왜곡된 방법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 약간의 쾌감도 느낀다. 2차적으로는 자해 행위로 인해 주변의 관심을 받게 된다. SNS 등에 게시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에 계속 해서 자해 행위를 반복한다.

 

황 센터장은 자해를 하고 안하고를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들은 자해에만 매몰돼 침착성을 잃고 흥분해서 오히려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면서 폭력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아이의 속마음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거나 이야기를 어려워하는 경우 사진, 그림, 감정 낱말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소년들의 자극적인 게시물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인터넷 업계도 자정 노력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위험 게시물들에 대한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자해 해시태그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자해 태그로 게시물이 게재되면 전체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위험한 게시물에 대해 삭제한다. 단순히 태그를 막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보고 있다머신러닝을 통해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스타그램은 이달 말쯤 유해게시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새로운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다.

 

유튜브 관계자도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자살 및 자해 언급가요 콘텐츠에 대해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부적절한 콘텐츠를 접하지 않도록 유튜브는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법 준수를 위해 여성가족부, 한국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기관과 협력해 성인 콘텐츠 시청 전에 성인 인증을 요구함과 동시에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걸러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해 게시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차단 또한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황 센터장은 “SNS 플랫폼들이 자극이 될 수 있는 게시물을 차단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마녀사냥하듯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그늘진 곳에서 다른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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