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비 통제에 사이비 종교 닮아가는 IT기업 만행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 김현우 디자이너(남‧25)가 피해 사례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까 젊은 시절 경험으로 생각하라고요? 아니오. 굳이 이렇게 노예처럼 살지 않아도 올바르게 배울 수 있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합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 김현우 디자이너(남‧25)는 이같이 밝혔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만행이 알려지자 정보기술(IT) 업계의 열악한 노동 환경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국회에는 4명의 IT기업  전·현직 근로자들이 나와 재직 중 겪은 부당한 경영진 갑질에 대해 증언했다.

 

IT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김 디자이너는 지난 5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폭행까지 당해야 했다. 용돈으로 총 15만원만 받은 것이 전부다. 그동안의 근무에 대해 김 디자이너는 노예 생활과 진배없었다고 표현했다. 


김 디자이너는 21살부터 해당 기업에서 근무했다. 첫 직장이었다.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야했고 학업 포기를 강요당했다. 그러나 그는 대표를 향한 신뢰와 회사의 미래에 대한 기대로 견뎠다. 대표는 김 디자이너에게 이사로서 직함에 걸맞은 행동을 요구하면서 건축 현장에 투입했다. 사내 요식업, 패션 사업에도 김 디자이너를 활용했다. 그저 지분만 약속한 채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얘기하며 유령 사원으로 일하게 했다.

하루는 김 디자이너가 사비로 미니선풍기와 LED 라이트를 구입했는데 대표는 구매 이유를 추궁하며 폭행했다. 사측은 현재도 폭행이 아닌 훈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사원은 셔츠 색상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맞기도 했다. 철저한 지시와 억압, 통제만이 존재하는 회사가 점점 ‘사이비 종교’와 닮아갔다고 김 디자이너는 주장했다.

현재 해당 업체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에서 막 제대한 사원들을 모집해 똑같이 지분을 미끼삼아 부리고 있다고 김 디자이너는 증언했다. 

 

 

그는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용납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스타트업 창원 지원제도는 비교적 잘 마련돼 있으나 문화를 형성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취업 과정에서도 초년생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예병학 11번가 노조위원장 역시 근본적인 원인을 스타트업의 잘못된 문화로 꼽았다. 예 위원장은 “온라인 업계에서 15년 정도 일하고 있는데 2000년대 초반에 성공한 벤처 혹은 스타트업 성공신화가 적자생존이었던 것 같다. 생존하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희생을 강요했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감당했다. 그러다보니 해고도 쉬웠고 그런 문화가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대해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있고 노동자들조차 스타트업, IT기업은 원래 그렇기 때문에 침묵하거나 회피하려고 하지 적극적인 대응에는 미흡하다”며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중 가장 시급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함께 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서로 사례를 공유하면서 생각의 전환을 통해 IT업계에 만연한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 교육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직장 내 괴롭힘을 일체 금지하고 괴롭힘 발생 시 피해 근로자 보호 조치 의무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예방 교육을 매년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근로감독관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고 사용자는 가해자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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