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구도 형성안돼 수의계약으로 전환…건설사들 “개발 사업성 크지 않아”

도시정비 사업의 격전지로 불린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건설사간의 수주경쟁이 없어 유찰 후 수의계약 방식을 채택하는 곳이 늘어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도시정비 사업의 격전지로 불린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도 건설사간의 수주경쟁이 없어 유찰 후 수의계약 방식을 채택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사업이 유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제3지구는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 롯데건설 한 곳만 응찰해 시공자 선정에 실패했다. 

지난 7월에 시공사를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단지는 경쟁 입찰을 실시하였으나 2차까지 유찰돼 조합원 찬반투표로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밖에도 천호4구역, 관악구 봉천4-1-2구역, 동작구 노량진2구역 등 역시 입찰 참여 건설사 부족으로 조합원 찬반 투표로 진행되는 수의계약 방식을 채택했다.

리모델링 사업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그동안 공사에 드는 비용이 재건축과 비슷하고 공사 난이도가 어려워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재건축을 향한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자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진행하는 리모델링 시범사업 또한 업체 참여가 저조해 수의계약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경기 악재가 거듭되고 정부 사회간접자본(SOC)예산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의외다. 지난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건설경기전망이 올해보다 6.2% 감소해 5년 내 최저치인 135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건설투자 또한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올해 SOC예산은 전년 대비 2.3% 줄인 18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생활SOC예산은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8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도로와 철도 등 토목 중심의 SOC보다 생활 SOC가 수익성이 떨어져 건설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심정비 사업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로 각종 부동산 규제로 인한 사업성 결여를 이유로 꼽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 단지 대부분은 작년에 이미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됐다”며 “반포주공1단지가 마지막 알짜 입지였으며 현재 남은 단지들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주민 동의율 부족 등의 문제가 있어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과하는 제도)와 같은 부동산 규제로 인해 수주경쟁이 한풀 꺾인 것 같다”며 “예컨대 목동 재건축 아파트는 안전진단이 대폭 강화됐고 여의도와 용산 일대는 통합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출혈경쟁에 부담을 느낀 시공사들이 입찰을 외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반포 주공1단지 3주구 아파트는 현대산업개발이 오래전부터 공을 많이 들인 단지라 수주 가능성이 떨어지는 다른 건설사들은 입찰 참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미 건설사와 한 배를 탄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입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재개발·재건축사업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건설경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다보니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보다는 이미 확보된 사업에 집중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