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당초 설계 오류 가능성 있어”…BMW “리콜 중인 EGR 모듈에 문제 부품 다 포함”

 

12일 오후 5시 5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일대를 주행하던 BMW 530d 승용차에 불이 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안전 진단을 받은 BMW 차량에서 계속 불이 나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 7월 화재 원인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냉각기(쿨러) 누수로 지목하고 화재 원인 제거에 나섰지만, 화재를 완전히 잡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이에 따라 BMW가 애초부터 잘못된 원인을 짚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또 상황에 따라 조사 기간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5시 5분께 경남 창원시에서 BMW 530d 차량에서 불이 났다. 불은 엔진 등을 태우고 소방서 추산 3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낸 뒤 119 소방대에 의해 15분 만에 진화됐다. 해당 차량은 지난 814일 경남의 한 BMW 서비스 센터에서 EGR 내시경 등 안전 진단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안전 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BMW는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BMW가 밝힌 ‘EGR 냉각기 누수가 정확한 화재 원인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BMW는 지난 8월 자발적 리콜에 돌입한 이후 10월에 사전 예방 차원에서 리콜 범위를 확대했지만, 완전한 화재 차단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BMW가 화재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주장은 BMW 화재조사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앞서 조사단은 지난 7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화재 원인으로 ‘EGR 밸브를 지목했다. 이는 BMW가 밝힌 ‘EGR 냉각기 누수와 정확히 들어맞는 내용은 아니다.

 

조사단은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현재까지 이번 화재원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BMW가 지목하지 않았던 EGR 밸브가 화재와 관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BMW코리아는 이에 대해 EGR 밸브 열림 현상은 이미 리콜 과정에 반영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BMW 관계자는 화재 발생 논란 초기부터 화재 원인을 EGR 바이패스로 지목한 적이 없었다. 바이패스 밸브 고장, 많은 주행거리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 화재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EGR 밸브 역시 화재 발생 조건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현재 리콜하고 있는 EGR 모듈 자체에 쿨러와 밸브 모두 들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화재 원인을 두고 조사단과 BMW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낸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EGR 내 한 부품의 문제가 아닌 전체 설계 및 소프트웨어(SW) 설정 오류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과 더불어 EGR 전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패스 밸브가 화재발생 주 원인으로 꼽히는 건 사실이지만, 바이패스 밸브만의 문제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화재 발생이 DPF/LNT(배출가스후처리장치)와 연관된 문제라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사건이 확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BMW는 유일하게 DPF가 작동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BMW가 무리한 시스템 설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현재 국토부가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EGR 가동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설계한 것 아닌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DPF가 가동하는 가운데서도 EGR이 견디도록 설계가 안됐다면 전체 설계 문제라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소프트웨어 설정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추가 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다 조사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올 연말 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추가 조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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