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LNG‧충전소 등 대체 연료 충전소 부족, 친환경차 구매 시 유인책 부족…“근본적인 인센티브 정책 절실”

/ 그래픽=셔터스톡
자동차 업계와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승용 시장에 효과가 집중될 뿐 상용차 시장의 근본적인 쇄신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수소, 전기, CNG 등 다양한 대체 연료들이 경유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연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할 뿐더러 기존 차주들의 차량 교체에 대한 구매 유인책이 부족한 까닭이다. 


전세계적으로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로 인해 업계가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할 친환경차 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6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된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소 에너지는 의심의 여지없이 청정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수소전기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 개발 및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1세대 수소차 ‘투싼ix’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넥쏘’ 양산에 성공하며 해외 수출길을 여는 데도 성공했다. 이와 함께 수소전기버스, 트럭 등 상용차 시장까지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스위스 수소 에너지 기업 H2Energy와 수소전기 대형 냉장밴·일반밴 트럭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내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이 회사에 매년 단계적으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1000대를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서 엄격해지는 배출가스 규제도 수소차 등 대체 기관 개발 투자에 명분을 더한다. 정부는 '경유차 제로화'를 내걸고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할 것이라고 지난 8일 발표했다. 2030년까지 공공부문의 경유차를 없애고 95만대의 저공해 경유 차량에 제공되던 인센티브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기존 조기 폐차 보조금 165만원에 최대 400만원을 추가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친환경차 바람이 승용 시장에 집중될 뿐, 상용차 시장엔 미미한 영향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업계서 디젤 기관을 대체할 친환경 상용차 양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도로 위를 달리기엔 충전소가 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용시장의 주축인 현대차도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로 인해 수소전기 트럭을 유럽에 우선 보급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유럽 시장이 아직까진 수소동력원을 활용한 경험이 많다고 본다"며 "1세대 수소차였던 투싼ix 등도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겨냥, 우선 진출했다"며 덧붙였다. 현대차는 내년 글로벌 판매량 3000대를 목표로 점차 관련 시설을 보강해 나갈 방침이나, 국내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해외 수출 물량을 우선 생산해 판매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삼는 상용 트럭 역시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8일 볼보트럭코리아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코리아 트럭쇼 2018에서 FH LNG트럭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며 기존 디젤차량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LNG 충전소는 단 7곳에 불과해 LNG 트럭의 원활한 운행이 어렵다. 


볼보트럭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전기차 등 다양한 솔루션이 제시되는 가운데 LNG 트럭을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하기 위해 공개를 실시했다"며 “사실상 LNG트럭이 우선 보급된 유럽 시장에서도 연료 가격이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획기적으로 저렴하진 않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며 "국내서 수소연료, LNG 등 대체 연료가 얼마에 책정되느냐보다 결국 차주들이 기존 경유차를 폐차하고 구매를 선택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최근 충전소가 확충된 전기차의 경우 전기트럭 모델의 보급화가 진전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진 시기상조란 시각도 짙다. 지난달 르노 마스터를 들여와 경상용차 시장에 뛰어든 르노삼성은 최근 마스터 전기차(마스터 Z.E)와 캉구 Z.E 등 전기차 모델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시장 반응과 인프라 구축 수준에 따라 출시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상용차의 주요 수요층도 반색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기존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고 친환경 상용차를 구매할만한 유인책이 한계적이란 지적이다. 버스의 경우 지자체 등 지원으로 수소, 전기버스의 보급이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민간 운용 상용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가격대가 높은 친환경 상용차를 구매할 유인책이 부족하다. 특히 그간 경유 상용차의 경우 유가보조금 등 지원이 있었지만 친환경차의 경우 아직까진 이 같은 혜택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내년 단위 배출량이 높은 중·대형 화물차 폐차 보조금도 현실화해 노후경유차 조기감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경기 부진이 겹쳐 상용차의 주 고객층인 자영업자 등의 수요가 둔화된 점은 정책 실효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초부터 지난 9월까지 대형트럭 4422중형트럭 25017대를 판매했는데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1%, 15.4% 줄어든 수치다.​ 이에 지난달 현대차는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 트럭 생산 설비의 시간당 생산량을 30%이상 줄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업계 쇄신을 위해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급감한 데 이어, 경유트럭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상용차도 적절한 양산 시기를 놓치면서 문제가 심화됐다"며 “상용차의 경우 생계형 수요가 많은 까닭에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승용시장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부 인센티브 정책이 화물차 등 생계형 상용차에도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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