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보험료 ‘줄고’ 즉시보험 일괄지급 거절 따른 당국관계 '악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본사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생명보험업계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과의 대치 상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영업이익까지 나빠지면서 보험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 생보사마다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을 앞두고 부채로 잡힐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 업계 불황은 지속할 전망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3분기 매출은 7조520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2%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3865억, 297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13.2% 줄었다.

한화생명의 3분기 매출도 3조8428억원으로 2.1%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일회성 요인(부동산 매각)에 의해 1405억원으로 7.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7% 감소했다. 


생보업계 투톱으로 불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3분기 부진한 실적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주력 상품이던 저축성보험을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저축성보험은 IFRS17에서 매출로 인정되지 않고 부채로 잡힌다. 특히 보험사 입장에서 저축성보험 판매는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남기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보장성보험 위주로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에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업계의 수입보험료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 월간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50조36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감소했다. 수입보험료는 초회보험료를 포함해 보험사가 일정 기간 받아들인 전체 보험료를 말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입보험료가 줄었다는 것은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수입보험료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도 내년 보험업계 수입보험료가 올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금리로 인한 최저보증이율이 하락하고 IFRS17도입 등으로 생보업계 저축성보험이 내년 약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이뿐 아니라 금융당국과의 관계 악화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업계 부진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윤석헌 금감원장은 보험사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와 ‘2018년 서민금융 박람회’에서 삼성생명에 대한 재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해당 논란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윤 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재조사해 국민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자 “재조사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는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A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하고 이에 금감원이 생보사가 모든 가입자에게 이를 일괄지급할 것을 권고하면서 시작했다.

이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법적 소송을 통해 지급 여부를 가리겠다고 나서면서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해 논란이 촉발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보험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삼성생명이 5306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화생명이 1077억원이다. 교보생명도 789억원이다. 빅3 생보사가 금감원으로부터 지급 권고 받은 금액만 7172억원에 달한다. 생보업계가 지불해야 하는 전체 금액(9545억원)의 75.1%에 해당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자살보험금 미지급금도 1조원가량 됐는데 이번엔 즉시연금 미지급금으로 9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면 업계 경영상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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