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IP에 대한 과도한 의존 벗어나야

최근 게임사들이 기존 인기 지적재산권(IP)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규 IP 발굴보다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인기 IP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에는 이른바 ‘M’ 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모바일게임 시장은 다양한 신규 IP들이 접전을 벌이던 곳이었다. 특히 ‘애니팡’, ‘쿠키런’, ‘드래곤 플라이트’ 등 캐주얼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캐주얼 장르에서 RPG 장르로 그 중심이 옮겨 간 상황이다. 이제는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한 대형 MMORPG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 인기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일명 M 게임들의 활약이다. M 게임이란 리니지M, 테라M 등 기존 원작 게임 이름뒤에 M을 붙인 모바일게임들을 말한다. M 게임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6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을 출시, 리니지2 레볼루션을 넘어선 흥행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M 전성시대가 열리게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 게임의 매출은 하루 10억~20억원 수준이었다”며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이 하루 매출 100억원을 넘기면서 이제는 매출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M 게임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익숙함’과 원작을 계승했다는 점이 원작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모바일게임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상향 평준화가 이뤄져 엄청난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 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IP가 될 수 밖에 없다. IP 대결로 갈 경우, 신규 IP 보다는 기존에 많은 팬들을 보유한 인기 PC 온라인게임 IP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게임사들이 기존 인기 IP에 의존하면서 신규 IP 발굴 시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블리자드는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의 모바일버전을 공개했다가 유저들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은바 있다.

사실 유저 입장에서 인기 IP의 모바일버전 출시는 반갑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모바일버전이 나오게될 경우 PC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게임이 게임 시장의 주류 장르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많은 유저들은 PC 게임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이 더 돈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PC 게임 개발에 사실상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게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오랜 개발 기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PC 게임 개발에 쉽사리 도전하고 못하고 있다.

기자가 만나본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럴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10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창의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10년 사이에 새롭게 부상한 인기 IP가 몇개나 되나. 당장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게임사들도 할 말은 있다. 기껏 신규 IP를 만들어도 유저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 IP 개발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면 지난해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킨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 개발은 ‘망망 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보통 말한다. 운이 좋으면 신대륙을 발견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배가 침몰하기도 한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자사 인기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5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빅3로 불리는 업체조차 신규 IP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신규 IP 개발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모바일로 재해석되고 있는 기존 IP들 역시 과거에는 신규 IP였다. 언제까지 기존 IP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 이제는 기존 IP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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