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지하경제 125조원 규모…“국세청 적극적인 모니터링 필요”

국세청이 탈세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 대상이지만 정부의 규제를 피해 이뤄지는 이른바 ‘지하 경제’는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9일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124조7000억원(2015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1730조4000억원) 대비 7% 수준으로, 150조원 달하는 복지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다.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발생하는 ‘택스 갭’(실제 내는 세금과 내야 할 세금의 차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최근 박아무개(35) 씨는 건강 관련 커뮤니티에서 검은콩 선식 공동구매를 보고 대량으로 구매했지만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대량구입 시 할인을 조건을 내걸고 커뮤티니 회원들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는 공동구매는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거나 소득을 감추기 위한 판매자들이 많다.

일명 비댓(비밀댓글)을 활용해 소득을 감추는 사례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SNS에서 자신이 직접 판매하는 물품을 홍보한 뒤 ‘비댓’으로 구매자를 모집하고 계좌로 물품대금을 입금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물론 사업자가 계좌로 입금 받은 돈도 소득 신고할 때 포함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 ‘현금 매출’은 빼는 게 마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택스 갭’은 오프라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금 결제 시 10% 할인’, ‘카드결제 시 부가세(10%) 추가’, ‘카드결제 불가’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70조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거래를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명 '로드'에 설치 된'인형 뽑기' 기계 / 사진=유재철 기자
길거리 상점이라 불리는 일명 ‘로드’는 ‘눈 먼 돈’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세당국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형 뽑기’가 자주등장하면서 편의점·호프집·노래방 앞 보도(로드)에 관련 기계가 설치 돼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편의점주들에게 월세를 내고 운영하고 있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지금은 그 열기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한 때 ‘10대만 갖고 있어도 건물 올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엄청난 자금이 이곳을 통해 유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에서 인형뽑기 기계 한 대로 1년에 1억원을 뽑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들이 내는 월세라고 해봐야 대당 3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소득탈루 추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100조원이 넘는 지하경제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세청은 고소득자의 탈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지하경제만 제대로 감시해도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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