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보좌관·양제츠 정치국원 비밀 접촉…“큰 틀서 합의 가능성”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미·중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갈등 국면이었던 무역전쟁에 대한 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천억달러 규모의 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중국의 대(對)미 수출 총액에 해당하는 5000억 달러(약 559조2000억원) 이상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9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이달 말 예정된 G20 정상회의 때 열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양국이 서로의 이견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정상회담을)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정치국원 이어 “중국은 미국과 대립하지 않고, 갈등을 겪지 않으며, 상호 존중하는 협업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양측은 동등하고, 상호 호혜적인 협상을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미·중 무역 및 경제 관계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미중 양 정상은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 갈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 합의가 무역전쟁의 종식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능한 합의 내용을 추론해볼 때 실질적 진전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을 촉발한 양국의 경제적, 구조적 갈등이 다른 교역국들과 비교할 때 훨씬 중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전화통화나 회담으로 단시간에 풀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시간)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G20 정상회의 때 양국간 별도 일정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화가 잘 진행되더라도 합의가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G20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맺을 합의가 끝이라기보다는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 전직 상무부 관리인 저우샤오밍(周小明)의 발언을 인용해 “시 주석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요구할까 두렵다”며 “중국이 그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미국은 중국 쪽으로 공을 차 넘겨 성과가 없는 협상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서 미중 무역전쟁 타협을 위한 미국과 중국 간의 비밀 접촉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달 말 G20 정상회담서 양국이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8일(한국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존 볼턴 트럼프 대통령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양제츠 정치국원과 볼턴 보좌관의 이날 회동은 당초 안보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미중 무역전쟁을 해소하는 것이 두 나라 안보갈등을 해소하는 도움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타협을 위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중국과 긴밀히 소통해야 양국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전쟁 대타협을 이룰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과 통화 등을 통해 긴밀한 소통을 하면서 양국 관계를 이끌어 왔다”며 “이달 말 G20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맺자. 중국은 미국과 충돌하지도, 미국에 대항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양국 최고 실세로 알려진 존 볼턴 보좌관과 양제츠 정치국원의 회동은 G20 회담서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강경한 자세에서 조금 뒤로 물러난 모습을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의 손짓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맞대응하겠다는 생각보다는 G20까지 남은 시간동안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라며 “미국은 중간선거를 마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양국의 모습을 볼 때 미중은 G20 정상회의서 만나 큰 기조에서 서로 양보하며 무역 협상에 대한 타협점을 찾고 실무협상에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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