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줄어들어 투기세력 떠날 것 vs 청약과열 현상만 진정시킬 뿐 집값은 못 잡아’

/사진=연합뉴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단지가 양산되자 채권입찰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당첨자의 시세차익을 채권 형식으로 환수해 서민 주거 안정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채권입찰제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가와 별도로 추가 채권을 매입하도록 해 시세차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제도이다. 예컨대 시세가 9억원인 지역에서 7억원짜리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면 시세차익 2억원 범위에서 채권을 많이 매입한 사람에게 아파트를 분양해 주는 구조다.

채권입찰제는 지난 1990년에 적용됐다가 없어진 후 2006년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도입됐다. 당시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와 2007년에 분양한 고양시 일산2지구에 적용됐지만 2008년 이후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2013년에 폐지됐다. 

최근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보다 수억원이 저렴한 아파트가 등장하자 채권입찰제 재도입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를 도입하게 되면 청약 당첨자가 가져갈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기 때문에 청약 과열로 인한 집값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입찰제를 통해 매매가와 전세가격 차이를 좁히면 다주택자들의 '갭 투자'는 어려워 질 것”이라며 “투기수요가 차단되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로 시세차익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며 “또한 채권으로 생기는 수익은 국가가 서민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채권으로 모인 돈 전액은 주택도시기금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도시기금은 서민 주거복지와 낙후된 지역의 도시재생을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청약과열 현상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는 있으나 집값이나 투기세력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채권입찰제가 시행돼 분양가격이 비싸지더라도 수요자들은 인기 지역의 집값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개발이익의 과도한 사유화를 방지할 수는 있지만 신규 아파트의 집값은 잡지 못한다”며 “아울러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면 실수요자의 부담이 채권 매입액 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제도를 도입하기 전 정부는 채권으로 모인 자금이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그 혜택이 주거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꼼꼼하게 고려해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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