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은 각하됐지만 시민 의견 경청하라는 법원 판결

/ 그래픽=서울특별시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시내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표기돼 있는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을 ‘재활용품’으로 변경해달라는 제안은 합리적인 의견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 소송을 제기한 시민의 청구는 행정소송의 자격을 갖추지 못해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최근 시민 A씨가 “부적절한 용어 사용을 금지해 달라”며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고 11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그대로 끝내는 절차다.
 

재판부는 “행정청에게 적극적으로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을 명하는 의무이행 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재활용쓰레기 표기를 재활용품으로 즉시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의무이행소송으로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제안이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다며,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립국어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 자체가 수록돼 있지 않고, 국립국어원에서 시범 운영하는 우리말샘 사전에 이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올바른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재활용품’과 ‘쓰레기’의 의미를 살펴봤을 때 두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활품 수거용기에 일반적으로 악취, 오물 등을 떠올리게 하는 ‘쓰레기’라는 낱말을 표기하게 되면, 사람들이 일반쓰레기통이라고 오인해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활용품을 오염된 상태 그대로 버려도 된다는 인식이 심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17년 12월 13일 ‘서울스마트 불편신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표기된 낱말을 개선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는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은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라는 국립국어원의 자문결과가 있었다며 문제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A씨는 같은 달 26일 재차 제기한 민원이 또다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