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상용차 성장·신차 출시 등 경쟁 심화…경기부진 따른 수요 감소는 업계 전체 부담

볼보 FH LNG 트럭 / 사진=볼보트럭 제공

국내 상용차 시장에 잇단 다양한 신차들이 문을 두드리며 현대‧기아차의 독점 구조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해외 베스트셀링 모델 마스터를 들여와 경상용차 시장을 정조준한 가운데, 볼보트럭을 선두로 세운 수입상용차 업체도 발을 넓히고 있다. 

 

다만 계속된 경기 부진으로 인해 상용차 수요가 줄어드는 점은 업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는 신형 모델 출시, 정비 서비스 확대 등 수요 확충 경쟁에 돌입하면서 업황 부진의 타개책을 찾을 방침이다. 

 

볼보트럭은 ​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코리아 트럭쇼 2018’에 참가해 ‘FH LNG 트럭’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이 트럭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활용해 디젤 차량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까지 낮출 수 있다.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G13C 엔진이 탑재된 점도 특징이다.

 

볼보트럭은 국내의 경우 LNG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해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나, 해당 인프라만 갖춰지면 바로 들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LNG 충전소는 7곳에 불과해 LNG 트럭의 원활한 운행이 어렵다. 그러나 회사 측은 엄격해지는 정부 환경 규제와 함께 친환경적 강점을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터 하딘 볼보트럭 인터내셔날 상품기획 총괄이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 LNGCNG는 디젤 연료의 20%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재 볼보그룹코리아 트럭부문 사장은 “인프라만 확충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수입할 수 있다”면서 "가격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정부 지원책이 함께 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친환경성, 가격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서 친환경 상용차의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볼보트럭은 향후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수입 상용차가 경쟁력을 점차 더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수입 상용시장 점유율 40%이상 차지하는 볼보트럭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볼보트럭 판매량은 2871대로 전년(2629대)보다 9.2% 판매량이 증가했다. 성장 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9년 연속 꾸준히 증가세는 지속됐다. 

 

볼보트럭은 지난 4월엔 준대형 트럭 볼보 FE시리즈를 들여와 마이티, 엑시언트가 독점한 중대형트럭의 틈새시장을 조준했다. 이에 수입상용차의 등록대수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상용차 등록대수는 2346대로 지난해 상반기 2241대와 비교해 4.6% 증가했다. 


수입상용차들이 중대형트럭 시장에서 발을 넓히는 가운데, 르노삼성은 마스터를 들여와 경상용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르노삼성이 들여온 유럽 베스트셀링 모델 르노 마스터는 당월 사전계약 250대를 기록하며 올해 물량을 전량 판매하게 됐다. 르노삼성은 안전‧편의사양을 강화해 포터, 봉고 등 1톤트럭이 90%를 차지하는 경상용차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끌어 모을 방침이다. 

마스터는 전량 수입되는 ​탓에 국내서 연 5000대 이상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연 26만대 규모의 경상용차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져가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경쟁차종과 가격 경쟁력을 높인 까닭에 포터 및 스타렉스 등 일부 수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돼 견고한 독점구조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다만 지속된 경기 부진으로 인해 전반적인 상용차 수요가 위축되는 점은 국내외 상용차 업체들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상용차의 주 고객층인 자영업자 등의 수요가 둔화된 까닭이다. 지난달 현대차는 마이티, 엑시언트, 버스 등을 생산하는 전주공장 트럭 생산 설비의 시간당 생산량을 30%이상 줄이기로 했다. 현대차는 올초부터 지난 9월까지 대형트럭 4422대, 중형트럭 2만5017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1%, 15.4% 줄어든 수치다. 


업계는 신차 출시, 정비 서비스 등 확대를 통해 수요를 끌어모을 방침이다. 볼보트럭은 국내 30곳의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야간 정비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현대차는 상용차 전용 신규 저금리 금융지원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선 단순 업계 경쟁을 넘어 ​정부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반응도 제기되고 있다. 1톤 트럭 등 생계형 수요가 많은 상용차 시장 특성상 정부 인센티브가 상용차 수요의 마중물을 부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경기 부진은 차 구매 시기를 지연시키면서 노후 경유차를 양산, 환경문제로도 이어진다. 경유트럭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상용차도 적절한 양산 시기를 놓치면서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며 “상용차의 경우 생계형 수요가 많은 까닭에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중요한 성격을 띤다. 승용시장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부 인센티브 정책이 화물차 등 생계형 상용차에도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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