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안정화·글로벌이익 등 수익 강화로 리더십 입증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2017년 12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다. 업계에는 손 행장이 조직 안정화를 통해 우리은행을 이끌며 수익을 강화한 만큼 그의 지주 회장 겸직은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행장은 2017년 말 채용비리 논란으로 조직이 혼란스러울 때 행장에 취임하며 조직 안전성을 경영 최우선에 뒀다. 이에 우리은행은 빠르게 손 행장 체제에 적응하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재탄생한 우리금융지주도 내부 단합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다른 금융지주사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인가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확정한 뒤 내년 1월 11일 금융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에 8일 별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손 행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지주사 출범 후 1년간 겸직한 뒤 분리하기로 결론 냈다. 손 행장은 오는 12월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사회가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을 결정한 것은 조직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주사가 출범하더라도 은행 비중이 99%나 되는 상황에서 지주 회장을 따로 뽑고 운영하는 것이 그룹 안정성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우리은행 이사회는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이전과 내부등급법 승인 등 현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주-은행 간 협조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손 행장, 조직 안정성 강조하며 수익 성장 이뤄내


손행장은 1959년생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사한 그는 우리금융지주에서 민영화담당 상무와 전략기획부장, 관악동작영업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글로벌그룹을 이끌었다.


손 행장은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조직을 안정화를 위해 노력을 쏟았다. 그는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도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행장업무 대행을 하며 큰 동요 없이 빠른 시간 내에 조직을 이끌었고 행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행장대행 역할을 맡으며 곧바로 ‘내부 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했고 가라앉은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데 힘을 쏟았다.

당시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도 “손 내정자는 갑작스럽게 은행장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상황에서도 합리적이고 침착하게 조직을 이끌어 나갔다”며 “안정적으로 은행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부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수익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손 행장이 행장에 취임 후에도 조직 안정성은 강조됐다. 2018년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일심전진 석권지세​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하여 ​전 직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다​며 소통과 화합으로 조직 안정화에 집중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 사진=연합뉴스
조직 안정화를 외치며 행장 업무를 시작한 그는 은행의 국내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그는 2015년부터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을 이끌며 우리은행 해외사업을 크게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이에 2013년 말 64곳에 불과했던 우리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는 2017년까지 25개국 281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올해 3분기 우리은행의 글로벌 부문 누적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15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부문 손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내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에서 탈피, 향후에도 이 부문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 금융계의 M&A 큰 손 되나

우리은행의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연간 순익을 훨씬 웃도는 1조9034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손 행장 취임 후 자산관리, 자본시장, 글로벌 위주의 수익 확대 전략이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특히 신탁 등 자산관리부문이 급성장하며 비이자이익이 증가했다. 신탁이익은 전년 3분기보다 36.9% 증가하며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다. 자산관리부문은 이에 1년 전보다 20.2% 크게 늘었다.

이에 업계에선 우리금융지주가 비이자이익 성장 강화를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보험사 등을 우선적으로 인수합병(M&A)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지주사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보험), 우리F&I(현 대신에프앤아이),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를 매각한 바 있어 이 부문 계열사를 다시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법에 따라 현재는 자기자본의 20%만 출자할 수 있지만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할 수 있어 우리금융지주가 금융권 M&A의 큰 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신설 지주사는 최소 1년간 신용평가회사가 제시하는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아 자기자본비율(BIS)이 낮게 산출되기 때문에 출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 2020년부터 본격적인 M&A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곧 출범할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등 자회사 6곳과 우리카드 등 손자회사 16곳, 우리카드 해외자회사 등 증손회사 1곳 등 모두 23곳을 거느린다. 장기적으로는 손 행장은 지주사 회장이 된 이후 정부의 잔여 지분 매각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정부의 잔여지분은 18.4%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지주사 전환 뒤 잔여지분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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