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차단·웃돈 붙어 집값 상승 역효과도…전문가들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돼야 해”

/사진=연합뉴스
주택가격 안정화를 목적으로 한 분양가상한제가 일부 현금 부자들에게 ‘긁지 않은 복권’을 안겨주는 이익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정부의 인위적인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세력의 가수요를 유발해 주택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란 정부가 땅값과 건축비 등을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분양지역에 따라 규제가 다르며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선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정부가 정한 범위에서 분양가가 책정된다. 

민간택지에서는 법적인 분양가 제약이 없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곳은 인근 분양가(최근 1년내 분양) 대비 최대 10%만 분양가를 인상할 수 있어 사실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의 거품을 빼서 건설사들의 폭리를 막고 저렴한 분양가로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에 새 아파트를 분양해 주변 시세를 떨어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에 거주 중인 이아무개(40·여)씨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주변 집값이 너무 오른 탓에 일반 무주택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되더라도 입주 후 가격은 주변 시세를 좇아 오르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로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결국 이러한 정부의 분양가 통제는 일부 부자들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높은 분양가임에도 불구하고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 달 31일 문을 연 래미안 리더스원(서초우성 1차 재건축)은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약 3억~4억원 정도 낮아 평균 41.6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가장 낮은 평수를 분양 받기 위해서 수요자는 현금으로 최소 10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가상한제는 고분양가를 규제한다는 측면과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해 청약 인기 단지를 조성한다는 양면성이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HUG가 꼼꼼한 분양보증심사를 통해 적정 분양가를 산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 도입을 제안했다. 채권입찰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가와 별도로 추가 채권을 매입하도록 해 시세차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제도이다. 심 교수는 “소수의 당첨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 채권입찰제 등을 도입해 제도를 보완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채권으로 생기는 수익은 국가가 서민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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