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창업 후 전단지 직접 모아 앱에 기록…‘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가 우리 비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8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18스타트업페스티벌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어떤 문제를 멋있게 해결하길 원한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진흙탕이고 경쟁사는 계속해서 올라온다. 먼저 발품을 팔라고 말하고 싶다. 발품 팔아 사업을 내놓은 뒤 기술력을 적용해도 늦지 않다. 멋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시간이 지난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8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18스타트업페스티벌서 모든 위대한 것의 시작은 별볼일 없는 것이다. 애플과 아마존도 처음이 있었다. 지금 하는 게 조잡하고, 한심해 보이더라도 애플과 아마존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배달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연계서비스)배달의민족은 올해 10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200만 건을 돌파했다. 배달대행앱 배민라이더스’, 반찬배송서비스 배민찬도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서비스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이다. 10년 동안 디자이너 생활을 했고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도 2년 간 일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이 들어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바뀔까 고민하다가 창업했다. 과거에는 인터넷망과 유선망이 달랐다. 네이버에 검색해 펜션 예약을 하려면 직접 전화해서 네이버에서 보고 왔다고 말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당시 펜션예약과 음식배달 비즈니스를 고민했다. 2010년 초 카페베네 답십리점에서 무자본창업했다. 친형, 친구,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후배 등 6명이서 회의했다. 앱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었다투자제의가 들어온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셋째형과 중학교부터 절친이었던 친구 3명이서 본격적으로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보며 네이버가 배달시장에 뛰어들면 끝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와 전화번호 제공 서비스 114보다 배달 전단지 정보를 많이 넣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는 동네에 있는 전단지를 다 뒤졌다. 그중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쓰는 분당 정자동, 강남 한남동을 중심으로 전단지를 회수했다. 오피스텔을 다니며 전단지 줍다가 수위 아저씨들한테 혼나기도 했다전국에 있는 전단지를 모두 앱에 넣는게 우리의 목표였다.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전단지를 모으는 대동여지도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전단지를 스캔해서 입력하는 대장경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단다. 그는 갑자기 경쟁사가 무시무시한 기능을 갖고 나왔다. 온라인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우리도 1년 간 준비하고 있었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고민을 하다가 결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것처럼 화면을 만들었다.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면 우리가 직접 식당에 전화를 했다. 전 직원이 전화에 매달렸다조선일보에서 배달의민족 원시적으로 일한다는 기사도 떴다. 하지만 발품을 파는 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투자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나 스스로를 지배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지배당한다. 창업가들이 스스로 잘 창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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