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시설관리단, 18년간 320억원 ‘원청’ 우정본부에 지급…고위직 낙하산 논란도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는 지난 3월 10일 우체국시설관리단 해체와 우정사업본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 사진=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일선 우체국에서 청소와 경비를 담당하는 2000여명 하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상황임에도 이들이 고용된 우체국시설관리단이 계약 원청인 우정사업본부 직원 복지 향상 등에 18년간 320억원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시설관리단 이사장을 포함해 고위직 인사 14명은 계약 원청인 우정사업본부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까지 빚고 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현장 직원들은 우정사업본부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거부 입장이다.

현재 우체국에서 청소와 경비를 담당하는 노동자 2468명은 우정사업본부 소속이 아니다. 우정사업본부(우정본부)와 매년 위탁용역을 맺는 우체국시설관리단에 속해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2000년 우정복지협력회라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시작했다. 2006년 우체국사 관리 지원업무 위탁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 2008년에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에 따르면 우체국시설관리단 현장 노동자 2468명 가운데 2000여명은 최저시급 7530원을 받고 있다. 나머지 470여명도 임금 수준이 열악하다. 최저시급을 받는 우체국시설관리단 노동자 비율은 올해 80%로 지난해 72%보다 늘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안에서도 본사 정규직 50여명과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 2500여명의 임금격차는 두 배 이상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정규직의 평균 보수액은 2017년 결산 기준 5561만원이었다. 무기계약직은 2210만원이다. 시설관리단의 본사 정규직 50여명은 경영평가성과금, 내부평가성과금, 가족수당 등을 지원받는 데 비해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를 받지 못한다.

시설관리단 노동자들은 저임금 원인으로 우체국시설관리단이 우정본부에 매년 지원하는 지원금(목적사업금)을 꼽았다.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에 따르면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수익금 일부를 우정본부 공무원들의 복지증진에 2001~2018년 동안 320억원을 목적사업금으로 지원했다. 이 돈이 쓰인 곳은 복지포탈시스템 운영, 순직우정인 유가족 지원, 우체국사 대수선사업 지원 등이다. 지금은 종료됐지만 2014년까지 우정수련원 운영, 우정공무원 출산장려금 지원, 우정종사원 의료비와 동호회 지원, 우정사회봉사단의 사회공헌활동 지원, 우정종사원 건강관리 프로그램 운영 지원 등에도 쓰였다. 

 

/ 자료=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박정석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지부장은 “현장의 2500명 노동자들은 최저시급 등 저임금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기재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시설관리단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자체예산으로 실시하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으로 만든 수익금을 우정본부에 상납해 처우 개선할 예산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 복지 증진 예산은 최근 많이 줄었다”고 반박했다. 우정본부 관계자도 “우체국시설관리단은 비영리재단으로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은 법정 업무다”며 “목적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정관 2조는 ‘우정사업조직에 속한 부동산의 효율적 관리, 운영으로 우정자산의 적극적 활용 및 가치향상을 도모하고, 우정시설의 최적화와 국민의 우체국 이용편익 및 우정사업 종사자에 대한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더욱이 현재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고위직에 우정본부 출신 14명이 재취업해 일하며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부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이 우정본부 직원들의 낙하산 창구로 이용되면서 수익금을 지원하고 이에 현장 직원들은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체국시설관리단 임직원 가운데 우정본부 출신은 박윤현 시설관리단 이사장 등 14명이다.

/ 자료=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이에 우정본부 관계자는 “우정본부 출신은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50명 중 4명, 현장직 2500명 중 12명으로 소수다. 14명 중 12명은 공개채용으로 입사했다”고 말했다. 

 

◇시설관리단 노조 “직접 고용” 요구에 우정본부 “자회사 성격” 거부 

 
우체국시설관리단 현장 직원들은 우정본부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최저임금 문제가 해결된다고 밝혔다.

경기도 부평의 한 우체국에서 미화 업무를 하는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 노동자는 “우정본부가 중간 하청으로 우체국시설관리단을 두고, 시설관리단은 2500여명 현장 직원들을 최저임금으로 쓰면서 나온 수익금을 본부에 상납한다”며 “우정본부는 시설관리단에 낙하산 직원들을 내려 보내면서 이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정본부가 현장 직원 2500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한 삶의 질이 향상이 가능하다”며 “우체국시설관리단 2500명을 직접 고용해도 추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설관리단을 중간에 둠으로써 들어가던 일반관리비, 기업이윤, 부가세 등으로 2500명에게 매달 60만원씩 추가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석 지부장은 “자회사라는 딱지 때문에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정부 직접고용 정책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의 시설관리단 지분율은 0퍼센트이고 매년 용역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용역회사다”며 “그러므로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접 고용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우정본부의 우체국시설관리단 지분은 0%다. 우정본부는 시설관리단과 매년 위탁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지만 우정본부는 시설관리단이 자회사 성격이라는 이유로 직접 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을 통해 무기계약직을 고용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자회사 통한 고용방식에 위배되지 않는다. 우정본부의 지분은 없지만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므로 자회사와 같다”며 “우정본부가 2500명을 직접 고용하면 경제적 효율성도 낮다. 직접 고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내년 예산안에 지금까지 없었던 시설관리단 현장 직원들의 경영평가성과금, 급식비 예산을 담았다. 순차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우체국시설관리단 경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악용 사례다. 노동 조건에서 용역회사 운영과 차이가 없다”며 “무기계약직은 고용만 안정됐을 뿐 정규직과 달리 임금, 직제 등에 있어서 대부분 아무런 체계가 없다. 이에 근속과 숙련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다. 무기계약직 중 정규직과 구분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정규직제를 확대 개편해 포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남 정책위원은 또 “우정본부가 우체국시설관리단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직원을 직접 고용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며 “불가피하게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더라도 고용안정, 적정임금 보장,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 노동3권 보장 등은 당연히 준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간접고용 당사자, 노동조합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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