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민단체 간접강제신청서 인용…환경부 “SOFA 규정 따라 미군과 협의해야 공개”

지난 2012년 2월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인천시 부평구 미군기지 캠프마켓 주변 토양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강제 결정이 또다시 나왔다. 법원의 잇따른 공개 판단에도, 환경부는 미군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공개를 미루고 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인천녹색연합이 환경부를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간접강제신청은 부평미군기지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확정판결(9월 12일)에도 환경부가 공개를 미루자 제기됐다. 간접강제신청은 행정청이 법원의 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간을 정해 이행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지연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할 것을 명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결정에 따라 환경부는 30일 이내에 해당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미공개시 30일 이후부터 하루에 300만원씩 배상을 해야 한다. 환경부는 고등법원에 항고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환경부의 즉각적인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환경부는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에도 공개를 미루고 있다”면서 “인천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환경조사 결과를 즉시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원 “공개 기한 후 미공개 시 하루 300만원 배상해야”

 
하지만 환경부는 미군의 동의 없이는 해당 내용 공개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원 결정문을 확보해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관련 자료를 공개할지 미군과 협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여부를 예단해 답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환경부는 시민사회의 요구와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한·미 행정협정(SOFA·소파)에 따라 ‘미군 측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라며 공개를 거부해왔다.

소파 부속규정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 절차 부속서 A’에는 환경조사 내용의 공개는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 위원장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환경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경우 한미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환경연합은 “법원은 SOFA 하위법령이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은 조약이 아니므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규범이 될 수 없다고 판결해 왔다”면서 “이번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환경부의 비공개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위치한 부평미군기지(23만여㎡)는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반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근에는 부영공원과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다.

2015년 7월과 2016년 6월 두 차례 진행된 환경조사와 위해성평가에 따르면 다이옥신류, 유류, 중금속, 테트라크롤로에틸렌,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등 오염이 발견됐다. 지하수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와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이 검출됐다.

1991년 작성된 미 육군 공병단 보고서에는 부평미군기지에서 1987년부터 1989년까지 3년간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인 PCB(Transformer oil) 448드럼, 수은 폐기물(Mercury waste) 10파운드, 석면(Friable asbestos) 2580파운드 등이 처리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부평구와 국방부는 2012년 환경조사에서 부영공원 토양이 석유계총탄화수소(TPH)와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오염토 총량은 3만1000㎥에 달했다. 그 후 약 47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2015년 3월부터 1년 7개월간 환경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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