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이백순·위성호 등 10명 위증 혐의 수사의뢰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와 당시 인사 담당자들의 사무실,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신한은행 본사. / 사진=연합뉴스

2008년 신한금융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재수사를 의뢰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6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남산 3억원 관련 신한금융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이 같은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 공판과정에서 조직적으로 허위 증언한 것으로 판단되는 신한금융그룹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해 검찰에 신속히 엄정 조사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위증 혐의로 수사의뢰 된 대상자는 라 전 신한지주 회장, 이 전 신한은행 은행장, 위성호 현 신한은행 은행장(전 신한지주 부사장) 및 전 신한지주·신한은행 직원들이다.

신한금융 남산 3억원 의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2월 신한금융지주가 비자금 3억원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성명 불상의 제3자’에게 전달했다는 사건이다. 당시 이 돈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9월 ‘신한사태’로 불리는 내부 경영권 분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은행장은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 등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라 전 회장 등은 ▲신상훈 전 은행장 등이 2005년~2009년 5년간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6600만원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유용해 횡령했다 ▲신상훈 전 은행장 등이 2006년 금강산랜드 주식회사에 228억원, 2007년 주식회사 투모로에 210억원 대출해 줘 회사돈을 배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전 행장은 횡령 혐의액 15억6600만원의 일부인 남산 3억원 의혹 관련 보전·정산 자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156600만원이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고 판단하면서도, 2008년 경영자문료 54600만원 중 26100만원이 임의로 부풀려 책정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2007년 및 2009년도 경영자문료가 3억원인데 비해 2008년 경영자문료가 54600만원으로 큰 폭 증액된 점을 지적했다. ‘남산 3억원사건의 3억 원을 충당하기 위해 신 전 사장이 돌려쓴 돈으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는 결론이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과거사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당시 핵심 참고인인 이희건 명예회장에 대한 조사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점 ▲15억6600만원의 용처도 규명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소한 점 ▲신 전 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경영자문료 중 상당 금액이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 및 남산 3억원 자금 보전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라 전 회장을 ‘혐의없음’ 처분한 점 ▲재판 과정에서 신한금융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이 신 전 사장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조직적으로 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검찰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했다.

특히 신한금융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신한은행 측의 신 전 행장 고소 경위가 석연치 않고 검찰에서 기소한 고소 내용도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검찰은 1심에서 라 전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서울중앙지검이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위성호 현 행장을 이미 위증 혐의로 수사 중이고 일부 위증 혐의는 공소시효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신한금융그룹 일부 임직원들이 라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 등 당시 수뇌부의 경영권 분쟁을 유리하게 가져갈 목적으로 조직적 위증에 나선 것으로 보여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안이 중대하다”며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뒤늦게나마 신한은행의 이해하기 어려운 고소 및 검찰의 무리한 기소 배경, 남산 3억원의 실체 등 신한금융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돼 책임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 등 15건을 본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중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1985년) 등 3건의 권고안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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