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십업계 관계자 “소비자 결정이기 때문에 쉽지 않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초부터 이동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 관련 이야기로 떠들썩했지만 연말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아직 한 곳도 제대로 매듭을 지은 곳은 없다. 계약을 맺기 전까지 조율하는 과정이 긴 것도 사실이지만 이통사의 눈치작전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 들어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LG유플러스와 CJ헬로다. 최근까지도 막판 결정을 앞두고 물밑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 CJ헬로는 케이블TV 점유율 1위 업체이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가입자를 안게 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단숨에 2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CJ헬로 관계자는 “올해 안에는 인수 관련 결정이 내려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고 딜라이브도 아직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CJ헬로는 딜라이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실사에 착수한 뒤 여러 자료를 요청해서 받아보고 있다. 이통사와의 인수‧합병 뿐 아니라 타사 인수까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케이블 업계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올해 초부터 소문이 무성했지만 올해 안에 소문이 실현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러 추측성 보도가 있지만 누구도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몇 백만원짜리 거래도 아니고 조 단위 규모의 거래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케이블TV를 빨리 인수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도 없기 때문에 결정이 쉽사리 되지 않고 있다”면서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불리한 건 케이블TV 쪽이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KT와 SK텔레콤은 실사를 통해 검토하고 있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한 이통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해서 지각 변동이 생기면 그 기점으로 SK텔레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에서 성장 정체를 위한 돌파구를 위해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케이블 업계에서는 이통사의 눈치 보기가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봤다. 누군가 먼저 인수를 시작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SK텔레콤이 먼저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CJ헬로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런 상처가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KT나 LG유플러스에서 먼저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면 SK텔레콤이 잇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만약 한 이통사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하고 인수가가 결정되고 알려지면 이것은 일종의 소비자가가 된다. 이것을 먼저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가 확정되면 그 사례는 다음 이통사의 인수합병의 기준이 되게 된다. 그 수준에서 다른 인수‧합병이 이뤄지게 되는데 그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다음 이통사의 케이블TV 인수 가격에 따라 첫 결정을 내린 이통사가 현명한 구매자가 되기도, 어리석은 구매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누군가 먼저 시작만 하면 다른 이통사들도 함께 움직이겠지만 선뜻 나서기엔 복잡한 상황인 셈이다.

이통사들은 무선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고 수익 내기도 쉽지 않자 콘텐츠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내년 5세대(5G) 상용화를 앞두고 질 좋은 콘텐츠가 더욱 필요해졌다. 콘텐츠로 경쟁력을 키워야만 이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통신비 인하 등의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통신 요금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블TV를 인수하면 쉽게 대규모 가입자를 얻을 수 있다. 케이블TV는 이통사가 갖지 못한 프리미엄 콘텐츠도 갖고 있다. 앞으로 콘텐츠 경쟁을 벌여야하는 이통사와 IPTV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는 결국 손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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