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급격 회복시 손실 발생…ETN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국내 증시가 침체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을 출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반대로 상승장에서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국내 증시가 지난 10월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 출시했다는 점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ETN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발행하는 코스피 양매도 5% 외가격(OTM) ETN 3종목은 오는 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이들 종목은 행사가가 다른 콜옵션과 풋옵션을 활용하는 스트랭글 매도(Short Strangle) 전략을 활용하며 지난해 5월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상품과 동일한 구조다.​ 

 

양매도 OTM ETN의 기본 전략인  스트랭글 매도(Short Strangle) 전략은 행사가격이 다른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콜옵션은 기초지수보다 높은 가격으로, 풋옵션은 기초지수보다 낮은 가격으로 행사가격을 구성해 두 옵션 모두 본질가치가 마이너스(-) 상태로 구성된다. 해당 상품의 이름에 포함된 OTM(Out of The Money)은 옵션의 본질가치가 마이너스(-)인 상태를 의미한다. 

 

상품명에 포함된 숫자는 옵션 행사가격과 기초지수의 차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기초지수가 5% 이상 상승하거나 떨어지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단순화 해보면 옵션의 기초지수인 코스피200지수가 280일 경우 이보다 5% 높은 294에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과 기초지수보다 5% 낮은 256에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구조다. 

 

코스피200지수가 256보다 높은 상태라면 풋옵션 매입자가 손해기 때문에 옵션이 행사되지 않는다. 294보다 낮은 상태에서는 콜옵션 매입자가 현물 지수를 직접 매수하는 편이 이익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옵션은 행사되지 않는다. 옵션은 매월 옵션만기일에 청산되고 증권사는 다시 옵션을 매도해 신규 포지션을 구축한다. 따라서 한달간 코스피200지수가 256~294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할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양매도 ETN은 한국투자증권이 처음 출시한 지난해 5월 이후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더라도 일정 범위 안에서만 유지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인기를 끌었다. ETN시장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린 상품으로 꼽히면서 해당 상품을 개발한 직원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양매도 ETN 상품을 출시하면서 일단 ETN 시장내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다만 해당 상품의 출시 시기를 변동성이 심한 시기로 잡았다는 점은 자칫 ETN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에서는 양매도 ETN이 일정 범위를 넘어서 하락하거나 상승할 경우 손실폭이 커진다는 점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초지수인 코스피200 지수가 한달 동안 5%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지난 10월에는 국내증시 급락세 속에 13%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도 지난 10월 26일 기준 월초대비 2.22% 하락했다. 기초지수인 코스피200 지수의 하락폭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지만 수익 역시 연 5~6%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하락장보다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의 실망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락장에서는 그래도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손실이 적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지만 상승장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양매도 ETN 구조상 급격한 상승장에서는 손실이 발생한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와 미국 중간선거 종료 등으로 불확실성이 축소된 후 연말 산타랠리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폭을 급격히 만회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같이 손실을 내는 하락장에서는 하락폭이 적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지만 양매도 ETN 투자자는 상승장에서도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최근 수년내 가장 변동성이 큰 시기라는 점 때문에 상장 시점이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규상장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3종 개요 / 표=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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