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경영 복귀 부담…해외 주요 거래처에 삼성 건재함 알리는 효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석방 이후 쉬지 않고 광폭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글로벌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는데 여기엔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베트남을 방문,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하고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 돌아가면 간부 회의를 소집해 총리께서 제안하신 것처럼 베트남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는지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부품 공급 분야에서 베트남 기업과 더 많이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베트남과의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광폭 대외행보는 올 2월 석방된 이후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석방 직후인 3월엔 프랑스 파리, 캐나다 토론토에서 현지 파트너들을 만났고 5월엔 중국과 일본, 6월엔 홍콩과 또 다시 도쿄를 다녀왔다. 지난 7월엔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우했고, 8월엔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이번 베트남 출장을 다녀오기 전엔 미국과 유럽으로 가 주요 파트너들을 만났다.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의 얼굴이자 영업맨으로 해외 시장 및 주요 파트너들을 접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외 활동에 집중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가 아직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직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대외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지만 오히려 대법원 판결 이전이기 때문에 더욱 대외활동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지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근처에서 돌아다니기만 해도 벌써 경영에 복귀한 것이라는 오해와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지금 이 부회장이 할 수 있는 것은 해외를 돌며 경영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게 또 그 위치에 맞는 역할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구속된 상태에서 관리하지 못했던 글로벌 네트워킹을 복원하는 의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이 85%에 달한다이처럼 해외시장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무너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기 위해 힘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당시 삼성과 거래하는 해외 IT기업들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 관련 뉴스에 귀를 크게 기울였다. 실제로 한 글로벌 IT기업 인사는 “Jay Y, Lee(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될지 여부는 삼성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였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는 국정농단 재판에 놀란 거래처들의 마음을 달래고 삼성의 건재함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가장 잘할 수 있는 적합한 역할이 삼성의 얼굴로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재계 인사는 현재 삼성의 조직과 그의 보직 등을 감안하면 삼성을 대표해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맞고 적합한 역할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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