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지 하락전환…“실수요자 위주로 재편”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9·13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강남3구의 아파트값은 하락전환 했고 한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노도강 등 비강남권 인기 지역도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9·13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강남3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하락으로 전환했고 가파르게 오르던 노원·도봉·강북(노도강)도 상승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투자자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계약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8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6438) 대비 83%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집계건수가 9월 계약건이 반영됨을 감안했을 때 9·13대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강남3구는 거래량이 전월 대비 80~90% 감소했다. 9829건을 기록했던 강남3구는 지난달 84건으로 떨어졌고 송파구는 421건에서 32건으로 줄어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나타냈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아파트값의 하락세도 가팔랐다.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0.22%로 떨어졌다. 지난주 이미 각 0.02%씩 내린 강동·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 등락률도 -0.13%로 하락세가 2주째 이어갔다.

 

호가도 조정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11월 현재 167000~175000만원으로, 9월 실거래가 185000만원 대비 1억원 정도 하락했다. 잠실동 주공5단지도 지난달 전용 76188000만원에 거래된 후 5000만원 이상 낮은 금액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현금이 충분한 수요를 제외하고 재건축 단지에 투자하기 힘들어졌다투자수요가 줄면서 한동안 급등했던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남 아파트 시장의 한파는 강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저평가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활발했던 노원·도봉·강북구 일명 노도강은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10.15%에서 220.0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도봉구(0.180.07%), 강북구(0.15%0.07%) 역시 시장 관망세로 오름폭이 둔화됐다.

 

급등했던 부동산 거래량도 주춤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8805건에서 91472건으로 급등했다가 지난달 1262건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강북구와 도봉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도 예상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도강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 중 서민층이 주로 사는 곳에서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금리인상 가능성과 이날부터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적용이 앞으로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9·13대책 여파로 투자자들의 거래가 줄면서 시장이 빠르게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로 자금조달 부담을 느낀 가수요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자족기능, 역세권, 소형평대 등 시세 상승 여력이 높은 실속형 단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방침이 시장 규제에 집중돼 있는 만큼 갭투자보다는 실거주, 대출보다는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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