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 4차 방북 이후 한 달 만 비핵화 협상…김여정 北 부부장 방미 가능성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모습. / 사진=연합뉴스

북한 비핵화 진전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준비 과정을 논의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이 9일 전후로 열릴 전망이다. 북한 핵사찰, 대북제재 완화 등이 이번 고위급회담의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만큼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 촉진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스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미국의 한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달 초 쯤 자신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중간선거 이후인 오는 8~9일쯤 미국 워싱턴 또는 뉴욕에서 개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회담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등 주요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사찰 방식과 구성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을 통해 북미가 상호 수용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에 나설 북측 인사로는 김열철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2인자’와 일련의 대화를 갖게 된다고 밝힌 만큼, 김 부위원장이 유력하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도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라는 문안을 넣었다.

북미 간 비핵화에서 교착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북한은 종전선언, 핵 시설 신고 등을 회담 의제로 올려 미국 측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은 최근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최소한으로 진행하며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내부 전략도 세웠고, 미국 측 또한 북한 측의 요구사항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요구사항인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한 입장을 듣고, 이를 검토한 후 고위급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진전된 결과물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외부 사찰단의 검증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데다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사실상 신고, 검증까지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측이 강제 사찰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사찰이 아닌, 단계적 사찰로 진행하며 미국이 대북제재의 부분적 예외 또는 유예 등 조치를 통해 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 특히 유예 조치가 이뤄질 경우 남북 간 철도·도로 현대화와 남북 경제 협력 사업 등에도 속도를 낼 수 있어 북측 입장에서도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와 외교부는 북미 고위급회담에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관계 개선 촉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후 이뤄지는 만남이기 때문에 새롭게 조성된 정세와 환경 속에서 북미 고위급 접촉이 알찬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며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북미 고위급회담에서는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카운터파트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만약 김 부부장이 백악관까지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까지 접견하게 되면 북한에선 성공적인 특사 외교를 보인 것”이라며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까지 만나게 되면 비핵화의 실질적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북한은 아마 비핵화를 놓고 리스트를 제출하는 등 비핵화를 실천했다는 증거를 미국에 어느 정도 확신을 주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거론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지금 북미 사이 존재하는 긴장감을 해소시키고 서로에게 신뢰감을 주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비핵화에 있어 한국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더 나아가 북미 수교로까지 일관적으로 중재 역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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