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들 디지털금융 혁신 위해 투자 강화

허인 국민은행장(가운데)이 지난 1일 여의도본점에서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KB Digital Transformation 선포식'을 갖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 KB국민은행

금융지주들이 디지털금융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기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가계대출 규제까지 강화되자 금융권은 이자이익만으론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지주마다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생존 필수 전략이라는 판단하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디지털금융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KB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지난 1일 ‘K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은행은 2조원을 투자해 디지털 인재 4000명을 양성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허인 KB국민은행 행장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은행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우리의 숙명”이라며 “2025년까지 디지털 관련 분야에 2조원을 투자하고 디지털 인재도 4000명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또 “디지털 선도 기업을 방문하는 ‘디지털 탐험대’, 사내 벤처 육성, 디지털 전문가 양성 코스인 ‘디지털 아카데미’ 등 다양한 활동에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이에 IT기술혁신센터를 신설해 인공지능(AI)·블록체인·클라우드·데이터·에코시스템 등 디지털 신기술 역량 확보에 나선다. 금융 업무에 접목 가능한 신기술과 혁신 과제를 발굴, 도입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기업과 핀테크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글로벌 진출 확대에 맞춰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30일 인도네시아 모바일 금융사인 ‘아꾸라꾸(Akulaku)’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협력으로 신한인도네시아 은행은 디지털 분야에서 한층 편리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신한인도네시아 은행은 모바일 뱅킹 플랫폼에 바이오인증과 모바일 OTP(One Time Password)를 도입할 예정이다. 간편이체와 애플리케이션 출금 등 모바일 뱅킹 핵심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또 지난 3월 디지털혁신연구소인 ‘신한디지털캠퍼스’를 열고 그룹 인력을 집중시킨 바 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보험 IT 인력에 외부 전문 인력 20여 명을 추가해 총 14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에서 일곱번째)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등 하나금융 관계사 CEO들이 디지털로 미래를 잇는 세리머니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KEB하나은행
하나금융은 지난해 인천광역시 청라 국제도시 내에 데이터통합센터인 ‘하나금융센터’를 구축한 뒤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이곳에서 디지털 전환 원년을 공포하는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하나금융센터는 하나금융의 모든 IT 관련 인프라를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디지털 비즈니스의 중심에도 결국 사람이 있다”며 “휴매니티(Humanity)를 기반으로 전 계열사의 데이터를 활용해 손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내년 초 디지털R&D센터 오픈을 준비 중이다. 외부 컨설팅을 마치고 농협양재전산센터 자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 마케팅전략부, 카드사업부 등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빅데이터 관련 인력을 함께 모으고, 외부 핀테크 기업들을 위한 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지방 금융권에선 BNK금융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시스템을 도입해 지난달 25일부터 운영 중이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는 직원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인 봇(Bot)이 대신 수행하는 자동화 기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는 등 금융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며 “금융권에 IT전문가들 영입도 많아지고 있다. 금융권 CEO들이 디지털금융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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