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데이터센터 구축에 이어 디지털 비전 선포식 가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 이미지=시사저널e

하나금융그룹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통합데이터 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디지털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인천 청라 소재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에서 그룹의 전 관계사 대표이사 및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대내외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원년을 공표하고 그룹의 모든 구성원들의 인식과 조직문화의 전환을 제시하는 비전과 로드맵을 공유했다. 

 

◇디지털 정보회사 꿈꾸는 하나금융

특히 하나금융은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객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설정했다. 향후 고객과 상호 작용을 통해 발생한 모든 데이터와 외부 시장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정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구의 70%는 물이지만 그 중에 마실 수 있는 물이 1%에 불과하듯, 방대한 데이터 중에도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추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데이터는 고객과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업무 절차를 개선한다. 나아가 새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KEB하나은행은 은행 내 특임조직 ‘디지털 랩’을 만들어 영업, 채널, 상품, 시스템, 조직, 기업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하고 기존 업무프로세스혁신부는 본부로 격상했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티아이 산하에 설립한 ‘디티 랩(DT Lab)’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기술 선행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금융권 최초로 통합데이터센터를 준공한 바 있다. 통합데이터센터는 은행·증권·카드·보험·캐피탈 등 그룹 내 모든 관계사의 인적·물적 정보기술(IT) 인프라 및 기술을 한 곳에 집약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IT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은 지난 10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LINE)의 금융자회사 LINE Financial Asia(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신주인수계약을 통해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의 지분 20%을 가진 2대 주주가 되며 양사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라인의 브랜드 역량, 플랫폼, 콘텐츠 등을 활용한 디지털뱅크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명(세계 4위)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1만8000개가 넘는 섬나라로 이뤄져 있다. 국토의 동서길이가 미국 본토 길이를 능가할 정도로 넓어 은행 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다. 전체 인구 중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1억명 이상(2018년 9월 기준)으로 추정되며 특히 SNS 사용률이 매우 높아 아시아 지역내 디지털금융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라인은 인도네시아 내 대표 메신저로 손꼽힐 정도로 많은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인니 KEB하나은행은 현지인 고객 비율이 약 95%에 달하는 등 현지화에 가장 성공한 외국계 은행으로 양사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상호 윈-윈(Win-Win)의 결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트렌드에 적응해야…제3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검토

이처럼 하나금융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트렌드에 적응해 금융소비자들의 구매행동 변화에 대응하고 디지털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향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데이터 시장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 등 디지털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은행산업의 위기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는 “향후 은행의 수익성 및 성장성은 디지털 변화에 대한 대응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은행도 차별화된 디지털 전환 전략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지분에 어느정도 참여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하나금융은 아직 지분에 참여한 곳이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라인과의 제휴 등을 기반 삼아 향후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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