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중조단, 5개 제약사 소환 전망에 무게…세무당국도 디지털포렌식 부서 확대 추진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연말을 앞두고 제약업계를 겨냥한 사정당국의 리베이트 조사설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리베이트 의혹이 있는 5개 제약사를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각 기관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리베이트 조사설이 여러 채널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설은 단순히 소문이 아니라 일정 근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0일 국제약품의 42억원대 리베이트 제공 건이 발표됐고,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 신고된 복수 제약사 리베이트 제보 중 증거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모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정황에 대해 최근 찰청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감사원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종결한 제약사에 대한 법인통합조사 4건과 모 제약사가 2억3200만원 이익을 병원에 제공한 세무조사 결과를 리베이트로 판단한 후 지난 9월 식약처에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 

 

이처럼 정부 기관들이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을 척결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어 조만간 기관별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것이다. 

 

우선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당초 감사원에서 통보 받은 5개 제약사를 상대로 10월 내로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시기는 다소 늦어지고 있다. 리베이트 수사는 국정감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국감 기간 중 수사에 착수하면 국회의원들 질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착수에 앞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식약처 동향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압수수색보다는 5개 업체 소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미 5개 제약사는 지난달부터 실명이 국회와 각 기관, 업계에 모두 알려져 압수수색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해당 제약사가 종이서류는 물론 컴퓨터 자료를 파기하면 수색으로 건질 수 있는 증거가 일부분에 제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5개 제약사 중 서울국세청 조사2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한 업체는 D사와 R사다. 이중 R제약사는 지난 2015년 하반기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업체는 B사로, 2016년 하반기 일이다. 

 

세무당국도 서울국세청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 인력을 현재 100여명에서 최대 300명으로 확대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공식적으로는 서울국세청 산하지만 사실상 본청 업무를 하는 부서로 파악된다. 이 부서는 전국 기업들의 전산상 모든 자료를 수색하는 디지털 포렌식과 각종 문서검증 등 업무를 진행한다. 즉 최첨단 기법을 총동원해 업체들 세금 징수 근거를 찾는 것이다. 

 

올해 들어 10여곳 제약사들이 세무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거나 받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 7월 착수한 삼진제약 세무조사는 아직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청 조사4국의 실제 조사 업무는 총 3개과, 13개 팀이 진행한다. 

 

관련업계는 연말까지 1-2곳의 제약사가 추가로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사실상 정기세무조사와 기획세무조사 구분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4-5년 전 정기조사를 받았던 업체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에 있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부의 움직임은 항상 주목을 받아왔다. 식약처 중조단도 결국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 소속 검사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서부지검이 사실상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소식통들은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가 현재 침대 매트리스에서 검출된 라돈 공포 관련 수사에 주력한다고 전했다. 사회적으로 여파가 컸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집중도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한 지 일정 시간이 경과됐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제약사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복수의 제약업계 소식통은 “첨단 디지털 포렌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디가우징 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자료가 있는 컴퓨터를 분해하고 불태우는 방법 밖에 없다는 자조적 이야기가 있다”면서 “사정당국에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잡혀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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