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입영기피 처벌규정 예외조항인 ‘정당한 사유’ 해당 판단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종교적·양심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1969년과 2004년 선고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견지해온 대법원 판단이 뒤집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 아무개씨의 상고심에서 오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파기환송하고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합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입영기피행위 처벌규정 병역법 제81조 1항의 예외조항인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입영 통지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그동안 대법원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처벌의 예외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합은 양심적 병역거부 또한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합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기 때문에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하고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해야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를 병역법 예외조항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 전합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에 대해서도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기준을 밝혔다.

국방의 의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되는 의무라는 이동원 대법관의 별개의견, 양심적 병역거부는 입영기피 처벌규정 예외조항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다는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상황,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6월 이 병역법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현행법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법 개정시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못 박았다. 다만 헌재는 입영기피행위 처벌규정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 당사자인 오씨는 지난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