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 인증 지연, 내년 보조금 줄어 실 구매가 상승…“전기차 시장 초기 선점 중요”

닛산 리프 / 사진=한국닛산 제공

수입차 업계서 장거리 주행능력을 앞세운 신형 전기차 경쟁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산형 전기차부터 1억원대를 호가하는 프리미엄 전기차는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다만 정부의 구매 보조금 수령 여부에 수요가 좌우되는 전기차 특성상 인증 절차에 발목 잡혀 출시 시기가 늦어질 경우 안정적인 판매고를 올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한국닛산은 대구 엑스코에서 신형 전기차 리프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리프는 지난해 9월 완전변경(풀체인지)를 거친 2세대로, 국내서는 내년 1분기 이전 공식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프는 일본 JC08 기준 주행거리 400km를 내세웠다. 다만 세계표준 자동차 시험방식(WLTP)에 따른 주행거리는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환경부 공인 231km로 나타났다. 

리프는 2010년 출시 이후 전세계 누적 판매량 37만대를 돌파한 베스트셀링 모델로, 국내 출시되기 전부터 업계 주목을 받아왔다. 이날 허성중 한국닛산 대표는 신형 리프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성능이 월등히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5000만원 미만의 가격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의 니로EV, 한국GM의 볼트EV 가 4000만원대 중후반에서 가격을 형성한 점을 감안하면 동급 대비 가격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당초 올해 출시될 것이란 업계 예상과는 달리, 공식 판매 시점은 해를 넘기게 된 모양새다. 올해 신형 리프는 환경부 등을 거쳐 인증을 완료했으나 아직 정부 보조금 지급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인증 접수 차종이 많아지면 인증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와 달리 1회 충전시 주행거리 인증을 거치게 되는데 상온 시험과 저온 시험으로 나눠 진행돼 다른 내연기관차보다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소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I-페이스 역시 당초 예정보다 출시 시기가 늦어졌다. 지난 4월 EV트렌드 코리아에서 공개된 I-페이스는 90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국제표준시험방법으로 1회 충전시 주행거리 480km를 기록했다. 국내선 동급 경쟁차가 드문 까닭에 1억원대를 호가하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당초 예정된 출시 일자가 한달여 기간이 넘도록 출시가 미뤄져 결국 연내 출시하기로 결정됐다. 사실상 본격적인 물량 인도는 내년 초순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소음, 배출가스 인증과 함께 1회 충전시 주행거리 인증까지 해야 한다”며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지만 아직 환경부 인증 절차를 밟고 있어 보조금 수령 가능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본격적인 물량 인도가 해를 넘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내년부터 지급되는 전기차 대당 보조금이 줄어든다는 저은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전기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4573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올해 3523억원보다 1050억원 늘어난 규모다. 다만 이와 함께 정부는 내년 전기차 보급대수를 올해 2만6500대 수준에서 3만3000대로 늘려 잡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올해 1000~1200만원 수준에서 지급됐던 대당 보조금은 900~11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자체별 지원하는 440~1100만원의 추가 지원금도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기차의 보급 대수는 늘지만 개인이 지불할 실 구매가는 올해보다 높아진다.  


수입 업체가 내놓은 프리미엄 전기차의 경우 국내 양산형 전기차와 수요층이 겹치진 않으나, 내년부터 대당 실 구매가가 다소 상승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환경부 및 전국 지자체 상당수가 차량 계약 시점이 아닌 출고 등록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에도 업체간 물량 출고 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사전예약 중 중복 신청 등 허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량을 우선 고객 인도하는 업체가 판매량을 바짝 끌어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수입 전기차의 경우 인증 절차와 물량 인도 시점이 늦어지면서 이 같은 보조금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내년부터 전기차 물량 규모를 키우고 고객 인도에 속도를 내겠다며 공언했다. 아우디의 전기차 ‘e-트론’, 메르세데스-벤츠의 'EQC'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전기차가 국내 출시 이후 당장의 가시적인 판매고를 올리긴 어렵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초기 시장인만큼 먼저 진입하고 선점하기 위해선 국내 시장 및 충전 인프라 사정을 잘 따져 출시 시점을 잘 결정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