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대차 협의안 동의 여부 관건…광주 노동계 “현대차 노조 동의 필요한 사안 아냐”

 

지난 2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시·노동계·전문가가 참여한 '광주형 일자리' 원탁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광주시와 더불어민주당이 재추진하는 신규 자동차 공장 건설 사업이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광주 노동계 불참으로 중단됐던 광주형 일자리모델은 최근 노동계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원탁회의가 정상 가동되며 재차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차가 투자협약에 동의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사실상 합의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광주에 10만대 공장 신설투자 강요는 정경유착이며 구태정치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풍선효과로 인해 1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부품사들은 매출감소로 부도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광주 노동계까지 비판하며 지역 노조 사이의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공장 투자를 둘러싼 노노갈등은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종속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 임금을 기존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 궤도에 오르면 120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평가 받는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빛그린산단 내 628000부지에 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모두 7000억원을 투입해 1000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엎어졌던 광주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는 그동안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단 평가를 받았지만 현대차가 투자 검토에 나서며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현대차가 공장 건설 사업 논의에 공식 참여하기로 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고, 광주시와 현대차의 자동차 공장 및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걸음하기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619일로 잡혔던 투자협약식을 이틀 앞두고 광주시는 행사를 돌연 취소했다. 광주시는 세부 협상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단 표면적 입장을 내세웠지만, 업계 안팎에선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광주시가 너무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준비가 미진했고, 현대차 또한 불확실한 투자를 꺼린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여기에 한노총이 지난 9월 광주형 일자리 불참 선언을 하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다. 광주시는 연봉 3000만원대 공장을 짓겠다 했지만 노동계와 온도차가 있었다. 한노총은 지난달 19광주시민을 모든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터로 몰아넣고 최저임금에 허덕이게 하려는 광주시의 투자협상과 관련된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광주형 일자리성사되나광주와 울산 노동계 간 갈등 변수

 

광주시와 노동계는 지난 25일 노동계, 전문가가 참여한 제1차 원탁회의를 개최하며 중단됐던 대화를 재개했다. 이어 지난 28일에는 제2차 원탁회의가 열렸고 기초협약서를 바탕으로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투자협약안을 수정보완했다. 광주시와 노동계가 협약안을 도출함에 따라 공은 현대차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광주시는 오는 30일 현대차와 협상을 앞두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대차와 합의가 원만히 이뤄진다면 3차 원탁회의를 거쳐 의결에 이르게 된다협약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지만 초봉은 3500만원 선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반발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국내 경차 시장이 한정적인 만큼, 경차 생산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광주에 경차 공장이 세워질 경우, 다른 지역의 공장과 노동자들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노조의 반발을 지렛대 삼아 광주 투자를 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의 주장처럼 국내 경차 시장은 14만대에 불과해 현대차로선 실익 없는 투자가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애초부터 현대차는 광주 지역 투자를 원치 않는 모양새였다. 안그래도 현재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조와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광주지역 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가 적극 반발함에 따라 지역 간 노조 갈등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협약안에 동의하더라도 노조 반발은 지속적인 변수로 작용해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다만 한국노총은 현대차 노조 비판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굳이 현대차 노조의 동의를 받을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일자리가 너무 없어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다운 일자리 만들어주기 위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적정 임금만 충족되면 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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