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3분기 누적 판매량 전년比 41.5%↓, G70 투입해 실적 개선 기대…“판매망 정리‧브랜드 차별화 숙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들어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현대차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는 모양새가 됐다. 현대차조차 미국시장에서 판매량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들여온 제네시스가 악재를 겪으며 판매량이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G70을 투입해 제네시스를 회생한다는 방침이나 갈 길은 멀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 쟁쟁한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품질 이슈를 겪는 현대·기아차와 브랜드 차별화를 이뤄야 하는 것도 숙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시장에서 현지판매 기준 총 판매량은 50만17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판매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6년 판매량(58만7688대)에 비해선 약 14% 감소한 수치다. 

 

매년 미국시장 판매량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현지 시장에서 악재까지 겹치며 수익성마저 적신호가 들어왔다. 앞서 지난 3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현대·기아차에 에어백 결함을 발견하면서 현대차는 쏘나타를 포함, 58만대 규모 차량의 에어백 등 부품의 리콜을 실시하게 됐다. 

 

이에 리콜 및 품질 강화 관련 비용 지출이 수익성 타격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동기 대비 76.0% 감소한 2889억원으로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돌았다. 현대차는 리콜 비용 및 품질강화 차원에서 5000억원의 비용을 집행하면서 이 같은 영업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품질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비용을 투입한 만큼 향후 판매관리로 인한 비용지출은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수익성 제고를 위해 투입된 제네시스가 올 들어 유난히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제네시스는 미국시장에서 현지판매 기준 올해 1~9월까지 전년 동기(1만5228대) 대비 41.5% 감소한 8908대를 팔았다. 지난달 현대차가 총 5만7359대 팔릴 동안 제네시스는 단 418대 팔리는 데 그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월별 1400대가량 팔렸던 G80은 올 들어 판매량이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지난 4월 786대를 기록하며 1000대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달엔 303대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현지 시장에서 플릿 판매를 줄이면서 제네시스 전 차종의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플릿 판매란 개인 고객이 아닌, 관공서, 기업, 렌터카 업체 등에 차량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대량 판매가 가능해 현대차가 초기 제네시스 시장 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전략으로 채택했다.

여기에 기존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판매망 분리 작업 중 현지 현대차 딜러들의 반발을 겪는 등 운영 차질도 겹쳤다. 지난 1월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제네시스의 판매망을 분리하고 100곳으로 제한한 전용 딜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가 기존 700여곳의 현대차 딜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지난 5월 전체 딜러를 대상으로 제네시스 판매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선회하며 판매망을 정상화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당초 하반기 중 출시되기로 했던 G70은 계속해서 투입이 미뤄지다가, 이달 17일에서야 출시가 확정됐다. 기존 제품인 G80, G90의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신차 투입마저 늦어지며 제네시스의 판매실적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차는 투입됐지만 출시가 늦어진 까닭에 현지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준중형 스포츠 세단 G70은 미국시장에서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과 경쟁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엔트리카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견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독일차 브랜드가 즐비해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각에선 제네시스가 최근 현대기아차가 휘말린 에어백 리콜 등 품질 이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까진 현대기아차와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경우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당면한 에어백 리콜, 미국 비영리 소비자변호단체 등의 차량화재 이슈 등이 옮겨 올 가능성도 지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청문회에 출석해 차량화재에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의 비영리 소비자 변호단체 자동차안전을위한센터(CAS)는 지난 6월 이후 103건의 현대기아차 차량화재 민원이 제보됐다면서 약 300만대 차량의 리콜을 주장하고 있다. 업계선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리콜이 급증하는 추세인 까닭에 단순 절차적 과정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리콜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수익성은 물론 이미지 타격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지우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제네시스의 경우 아직까지 정비망 등 부분에서 현대차와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회사가 프리미엄임을 내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가 그렇게 느껴야 하는데 아직까진 대중차 이미지가 강하다.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되지 않을 경우 현지 시장에서 품질, 안전 이슈가 옮겨 붙을 가능성을 지울 수 없다”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당장은 각국 현지에 맞는 신차를 제때 투입해 감소하는 시장 점유율을 붙잡는 게 중요하다. 대중차 판매를 통해 기본 외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고급차 브랜드 활성화는 수익 모델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 역량이다. 고급차 이미지는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함께 20~30년 가까이 걸려야 구축할 수 있어 장기적 혜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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