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제재 어렵고 업체도 책임 회피…“본인인증 시스템 제도화 노력 시급”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 취업준비생 A(26)씨는 작년 친구로부터 어이없는 문자를 받았다. A씨가 가입한 적도 없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누군가가 자신의 사진을 버젓이 걸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캡쳐화면에는 A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올린 자신의 셀카가 소개팅 앱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A씨는 신상도용 문제로 전문가에게 법률 자문을 구했지만 도용자의 이름이나 주소가 모두 가짜였기 때문에 수사 착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는 ‘데이팅 앱’ 사용자가 부쩍 늘고 있다.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2030세대에게 만남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만큼 신상정보에 대한 인증 절차가 허술해 범죄 악용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는 170여개의 데이팅 앱이 존재하며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과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제외한 한국 소비자 지출 합산 상위 10개 앱 중 4개가 데이팅 앱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데이팅 앱 시장 규모 역시 올해 700억 원 규모로 작년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데이팅 앱 매출 1위인 ‘아만다’는 누적 가입자 수가 400만을 돌파했으며 하루 평균 7000여개의 대화창이 개설된다.

◇ 인증절차 허술…신상도용·금품갈취 등 피해 유형 다양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신상 도용이나 금품 요구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앱 가입 시 본인 확인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개인 보호 규제가 미비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회원 수 기준 상위 5개 데이트 앱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3곳은 본인인증을 가입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하고 있지만 나머지 2곳은 필수가 아니거나 인증 절차가 없었다고 밝힐 정도로 사용자 보호 안전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신상이나 명의 정보를 이용해도 이를 판별하기 매우 어려운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이용 고객의 38.4%가 프로필을 허위로 입력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허위로 입력한 내용은 외모가 19%로 가장 많았으며 ‘직업’과 ‘성격 또는 취향’이 각각 15.4%, ‘학력’이 12.4%로 그 뒤를 이었다. 프로필 정보를 도용하거나 속이는 이용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신상도용 외에도 데이팅 앱 관련 피해 유형은 다양하다. 직장인 B(29)씨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상대가 잠적하는 바람에 빌려준 돈을 그대로 잃게 됐다. 또 인터넷상에는 며칠 동안 연락을 이어온 상대를 직접 만나자 다단계 사업 설명회에 데려가려고 했다는 등의 피해사례도 존재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셜 데이팅 앱 서비스를 이용한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에 응답자의 49.8%가 “앱을 사용하다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연락’을 받은 경우가 24.4%로 가장 많았으며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0%), ‘금전요청’(10.2%)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데이팅 앱을 통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해결 방안은 미비하다. 본인인증 절차가 허술해 이름, 주소 등이 모두 가명인 경우가 많아 수사 착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앱을 개발한 회사들은 대부분 이용약관에 범죄로 악용되는 것은 회사 책임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법적 제재가 어렵고 회사 측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데이팅 앱 서비스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안전수칙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특히 프로필 정보 확인 및 본인인증 시스템 제도화 노력은 시급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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