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유 등 항공유 포함 안 돼 비용절감 전무…유류 헷징‧유류할증료 인상해 손실 보전 ‘총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정부가 세금 인하 카드를 내놨지만, 정작 유가변동에 민감한 항공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당초 비과세 항목인 국제선 항공유는 물론, 과세 대상인 국내선 항공유조차 이번 유류세 인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고유가 장기화 기조에 업계는 유류 헷징 등 방어수단 통해 손실을 보전할 방침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6일부터 내년 5월 6일까지 휘발유, 경유, 석유액화가스(LPG) 등에 붙는 유류세가 15% 한시적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전날 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견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일자리대책을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달 6일부터 6개월간 부가가치세 인하효과를 포함해, 휘발유는ℓ​당 123원, 경유는 87원, LPG·부탄은 30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 유가의 영향이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책이지만, 항공업계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항공운수업 특성상 유류비용이 전체 영업비용 지출 중 30%를 차지하나 , 이번 유류세 인하 범위를 빗겨나간 탓이다.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노선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제선의 경우 항공유가 당초 비과세 항목인 까닭에 직접적인 비용절감 효과가 없다. 국내선 항공유의 경우 관세 등을 포함한 유류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여객기 등에 실리는 제트유 등은 이번 유류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대형항공사보다 국내선 운용 매출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에겐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전체 노선 매출 중 국내선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7%, 10%인 반면, 제주항공, 진에어는 24.4%, 30%에 달한다. 


당장 3‧4분기 경영 실적 집계를 앞두고 수익성 타격에 업계는 시름이 깊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2분기 유가상승분을 상쇄하지 못하며 국적 항공사들은 영업이익이 급감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2분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형사의 영업익은 824억원, 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LCC 업계 선두를 달리는 제주항공, 진에어의 영업익은 각각 116억원, 62억원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28.16%, 50% 급감했다. 제주항공의 연료유류비는 78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 ​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칠 경우 수익성 타격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사들은 연료와 기자재를 구매할 때 달러화 등 외화로 결재하는데, 이미 유가가 오른 상태에서 유가 결재 수단인 달러까지 함께 오를 경우 이중고를 겪을 공산이 크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현재 1137.70원으로, 올 상반기 1065~1085원에 머물던 것에 비해 50~60원 가까이 올랐다.

대외적 요인으로 급박한 업황 위기가 닥쳤을 때 국토교통부는 한시적으로 국내선 항공유 관세율을 인하해준 바 있다. 다만 유가, 환율과 같은 변동 사항이 많은 외부 요인에 대해선 관세율 인하를 고려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업계는 국제선 보다 운항거리가 짧은 국내선의 유류세가 일정 부분 감액이 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향후 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항공업계는 사실상 이렇다 할 방책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환율 같이 대외적으로 발생하는 외부 요소에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 속수무책에 가깝다. 그나마 헷징과 같은 선물 거래를 통해 외부 변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유류 헷징 등 선물 거래를 통해 상대적으로 유가가 저렴할 때 항공유를 미리 사두면서 유가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유 가격이 예상 가격 보다 크게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까닭에 근본적인 방책으로 꼽히진 않는다. 

 

과거 항공유 헷징을 통해 유가 변수에 대응했던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업황을 지켜보고 유류 헷징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유가 변동성이 큰 까닭에 업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항공권 운임을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를 올리며 손실 보전에 나섰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이 갤런당 15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되는 할증료다. 항공사들은 지난 8,9월 유류할증료를 6단계 수준으로 동결했으나,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며 이달부터 7단계로 1단계 올려 적용했다. 대한항공은 발권일 기준 내달 1일부터 항공권에 대해 지난달보다 1단계 오른 8단계 수준의 유류할증료를 적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장기적으로 여객 수요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하지만 당장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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