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권이나 사법권 없어 권고해도 ‘무용지물’…전재수 의원 “강력한 제재 방안 마련해야”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A씨는 지난 6일 부산 남구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 185만원을 들여 PT 30회와 헬스 이용권을 구입했다. 그러나 3일째 나가던 날 같은 헬스장을 이용하는 40대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A씨는 헬스장에 항의했지만 특별한 조치는 없었고 환불 요청은 거절당했다. A씨는 결국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신청했고 소비자원은 해당 피트니스 센터에 환불을 권고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A씨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환불을 받지 못했다.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소비자원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접수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 결과를 내놓아도 상대가 수락하지 않으면 실질적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린 소비자들이 마땅한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기본법 제35조 1항에 따라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불만처리 및 피해구제 역할을 한다고 규정돼 있다. 조정 결정을 내리는 소비자분조위가 소비자원에 설치된 준사법적 기구이기는 하나, 행정권이나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구제신청을 해도 강제력이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실제적인 피해구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소비자원의 조정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16년 발생한 외국 저가 항공사(LCC)의 운항지연 사건 피해 당시에도 소비자분조위가 항공사에게 운항지연에 따른 탑승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으나 항공사의 수락 거부로 조정이 성립되지 못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정 결정을 거부해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조정을 거부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 소비자원의 조정 불성립 내역 중 조정 피신청인인 기업이 거부한 건수 및 비율은 2016년에 598건(94.32%)을 기록했다. 2017년 역시 509건으로 91.21%의 높은 수락거부율을 나타냈다.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재수 의원은 “전체 조정 신청 건수 기업이 거부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기만한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같은 일부 기업의 악덕행위로 인해 소비자들이 추가적으로 입어야만 하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강력한 제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 조정결과를 상습적으로 거부하는 기업들을 공개하는 등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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