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들 잡히면 일단 ‘우울증‧환각’ 주장 풍토 확산…심신미약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만들어

또 심신미약이겠구나.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은 성폭행범이나 살인범이 붙잡히면 모두가 예상한다. 술을 먹었거나 뭔가 우울하다고 주장할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그 기대는 언제나 빗나가지 않는다. 하나같이 본인이 정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얼마나 법원에서 심신미약으로 형량을 깎아줬기에 저렇게들 나오나 싶다.

 

8살짜리 초등학생을 데려가 살해하고 신체를 훼손한 인천초등생 살인범 김양은 자폐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이란다. 중학생 딸 친구를 불러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 및 살해한 후 시체를 유기한 이영학은 환각과 망각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PC방 아르바이트생을 32차례나 칼로 찔러 사망케 한 김성수는 우울증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범죄자들의 저런 주장은 진짜 심각한 자폐가 있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을 모독하고 욕보이는 행동이다. 정말 범죄자들 말대로 살인이나 성범죄가 그렇게 본인이 사리분별이 안가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 것이라면, 심신미약자들을 길거리에 돌아다니게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셈이다. 흉악범들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잠재적 범죄자들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진짜 마음의 병이 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욕구를 충족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남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살아간다. 간혹 일부가 순간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는 있지만 계획적으로 범죄를 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흉악범들이 잡히기만 하면 심신미약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진짜로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과 그 가족들을 욕보이는 악질적 행위다.

 

정말로 그들이 주장하는 심신미약 사유가 그렇게까지 범죄를 유발할 정도라면 진작 정부에서 나서 범죄예방 차원으로 전국적으로 병 치료에 나서야 하는 게 맞다. 허나 그런 수준이 아니지 않은가. 범죄자들을 수도 없이 봐온 한 법조계 인사에 따르면 흉악범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원인을 외부요인 탓으로 돌리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술취한 탓, 우울증 탓, 사회 탓을 주로 한다고 한다심신미약자에 대한 감형이 필요할 순 있지만 감형을 적용할시 지금보다는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툭 하면 적용되는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자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우울증에 걸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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