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등 업무 일정 등으로 모두 빠져…“모임 의도 상관없이 부담감 컸을 것”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특별수행원들이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동행했던 특별수행원들의 고려회뒤풀이 모임에 재계 핵심인사들이 대거 불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자 일정 등을 이유로 빠지게 됐지만 결국 모임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3일 특별수행원들은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 모여 뒤풀이를 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 특별보좌관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모임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허나 재계 주요 인사들은 해당 모임에 대거 불참했다. 장병규 블루홀 의장이 연락을 돌리는 역할을 맡았으나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모두 각자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그나마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긴 해 구색을 맞췄다. 애초에 이날은 문정인 특보와 함께 기업인 공부모임이 만들어 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기에 재계 인사들의 불참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북한을 다녀온 주요 그룹사 회장들이 대거 모임에 나오지 못했던 것과 관련, 결국 여러 가지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총수가 방북했던 한 그룹사 인사는 “(주요 그룹사 회장이)특정 몇 곳만 참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거의 모두 나가지 않았다는 것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겠느냐미국의 압박 등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기업인들로선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은 남북경협의 주요 주체로 향후 역할이 주목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대북제재 속에 함부로 움직였다간 가장 큰 시장인 미국시장에서의 불이익이 예상되고, 기업경영 측면에서 남북경협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 정부 및 정치권 핵심인사들의 모임 자리에 나가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이란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업인들을 초청한 원래 의도가 압박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기업 입장에선 해당 모임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모임이 기업이 빠진 채 이뤄진 것과 관련, 향후 다시 모임이 진행될 가능성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첫 모임에서 이미 기업과 정부 및 정치권의 생각 차가 확인된 만큼, 무리하게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재계 인사는 이번 모임에서 주요 총수들이 빠진다는 것은 이미 모임에서도 인지를 하고 있었지만 무리하게 참석을 종용하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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