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작 혐의 받은 전 본부장, 은행 주요 부서 대표 자리 얻어

KB금융지주의 보은성 인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노조 설문조사 조작 혐의를 받은 바 있는 HR본부장이 조사역으로 빠졌다가 다시 은행의 주요 부서인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로 발령났기 때문이다. 최근 직원 자살이 있었던 부서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지난해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 조작 의혹으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는 당시 HR(Human resources) 본부장이 최근 KB국민은행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로 발령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부지역영업그룹은 지난 5월 자살한 수석차장 임모씨가 근무한 곳이다. 당시 임 차장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며 은행의 ‘업무압박’ 논란이 일었다. 이에 문제가 된 해당 그룹장이 조사역으로 발령받게 되고 이 자리가 공석이 되자 지난해 설문조사 조작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온 것이다. ‘KB의 제식구 챙기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KB국민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 조작 의혹을 받은 A씨(전 HR본부장)가 9월20일에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로 발령받았다”며 “지난해 설문조사 조작으로 경찰이 HR본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조사를 벌였고 이후 HR조사역으로 좌천되다시피 하며 9개월가량 있던 인물이 은행 주요 자리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B금융 HR부서에서 설문조작 혐의를 받은 인사가 은행의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로 왔다는 것은 ‘수고했다’는 의미의 보은성 인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로 온 A씨는 지난해 HR본부장으로 지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초 윤 회장 연임을 놓고 노조는 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사측이 10여개 단말기를 이용해 중복 응답하는 방식으로 답변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노조의 사측에 대한 고소가 이어졌다. 노조는 “HR부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관련자가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HR부서 본부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윤 회장과 관련자들의 혐의점을 살펴봤다. 하지만 윤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고 윤 회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검찰에 송치하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노조는 윤 회장 외에는 직원들의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은 직원들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HR본부장에서 보직해임되고 HR조사역으로 약 9개월 동안 있다가 최근 9월 20일 중부지역영업그룹으로 발령받아 이동할 수 있었다. 기존에 있던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는 직원의 자살 사고 이후 영업그룹 조사역(보직해임)으로 발령받았다.

다만 은행 내부에선 현 A씨의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 발령을 ‘보은성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A씨가 HR부서의 설문조사 조작 일로 보직해임 되고 HR조사역으로 있다가 같은 직급으로 볼 수 있는 곳(중부지역영업그룹)으로 간 것”이라며 “보은성이나 승진이라고 볼 수 없고 은행에서 챙겨준 것이라고도 보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설문조사 조작과 관련해서도 “경찰 조사에서 회장의 관여 증거를 못 찾았고 실무자가 실수한 것으로 결론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 (직원들 처벌 등에 대해) 문제 삼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 중부지역영업그룹 대표는 “이와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