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대부분 헌옷 수거함이나 쇼핑몰 재고…위생상태는 아쉬워, 세탁·관리는 구매자 몫

22일 오후 1시경 ‘동묘 구제시장’ 초입./사진=김희진 인턴기자

22일 오후 1시 찾은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 앞 3번 출구 앞. 역 앞부터 좌판이 늘어선 이곳은 ‘빈티지 메카’로 유명한 ‘동묘 구제시장’ 초입이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불문 옷무덤을 파헤치며 쇼핑에 여념이 없어보였다. 평일 낮에도 붐비는 사람들로 옷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동묘에서 22년 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 A씨는 “몇 년 전부터 젋은층이 많이 방문하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힙합 패션을 찾는 젊은이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홍대 다음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곳은 2013년 가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이 방문하면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됐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동묘 구제시장 방문 후기가 쏟아졌고 최근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배우 려원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동묘를 처음 방문했다는 신소희(25)씨는 “TV나 인터넷같은 매체에서 빈티지로 유명하기에 찾아와 봤다”며 “헌옷이긴 하지만 새 옷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다양한 디자인이 있다는 게 동묘 시장의 장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묘 시장 곳곳에는 일반 옷 가게에선 찾기 어려운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이 눈에 띄었다. 떡볶이 코트나 코듀로이 자켓 등 과거에 유행했던 옷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구제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B(24)씨는 “구제옷의 특성상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진 못했지만 그만큼 일반 매장에서 볼 수 없는 나만의 옷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동묘시장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바닥에 가득 쌓인 옷더미에서 구매자들은 원하는 옷을 직접 찾아 구매한다./사진=김희진 인턴기자


바닥에 가득 쌓인 옷가지들의 가격은 1장에 2000원에서 50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티셔츠나 청바지 종류는 한 장에 2000원이었으며 값이 나가보이는 니트 제품도 장당 3000원에 불과했다. 백화점에서는 수십만원대에 이르는 가죽자켓이나 패딩 역시 만원이나 2만원 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상인 A씨는 “6시 이후나 날이 어두워질 때쯤이면 1장에 1000원으로 세일한다”며 “20년 전에도 지금도 1000원, 2000원에 옷을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세트 테이프나 LP판 등 매니아층을 사로잡는 물건들도 동묘 구제시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사진=김희진 인턴기자


동묘의 특징은 ‘구제옷’뿐만이 아니었다. 카세트 테이프나 LP판 등 매니아층을 사로잡는 물건들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골동품을 판매하는 상인 C씨는 “구제옷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수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바로 제품의 위생상태다. 구제시장에 있는 옷들은 대부분 바닥에 옷더미를 쌓아둔 채로 판매되고 사람들은 이를 뒤지며 원하는 제품을 찾는 식이다. 기자가 직접 옷무덤을 파헤쳐보니 옷을 한 장 걷어낼 때마다 일어나는 먼지에 코가 매울 지경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방문객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옷을 찾고 있었다.

구제시장의 한 상인에게 옷의 유통경로를 묻자 “무역회사 물류창고에서 헌옷들을 무작위로 담아 시장에 가져온다”며 “창고에 들어오는 옷 대부분은 헌옷 수거함이나 쇼핑몰 재고 등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시장에 들여온 옷을 따로 세탁하는지 묻자 “세탁은 구매자들이 따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모두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는 동묘 시장이지만 제품에 대한 보관이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구매자들 역시 위생상태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무대의상을 찾기 위해 구제시장을 종종 방문한다는 연기과 학생 D(26)씨는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거리가 너무 혼잡하고 파는 옷의 위생상태도 의심된다”며 “좀 더 깔끔하게 정리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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