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부당징계 논란, 아시아나 일반노조 파업 찬반투표 진행…노조 “파업권 위해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지돼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경영진의 '갑질' 논란이 벌어진 대형 항공사들의 노사 관계가 험로를 달리고 있다. 잇단 집회와 함께 노조의 결속력이 강화되며 회사의 부당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고 교섭 자리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까닭이다.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파업이란 강경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나 노조에게도 쉬운 선택지는 아닐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항공운수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지 목소리도 높아질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의 이춘목 홍보부장을 지난 10일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날 회사는 이 홍보부장이 기내품을 외부 반출, 비행 중 퍼스트석에서 휴식하고, 성차별 발언 등 7개 사규를 위반했다며 인사팀에 조사를 받은 후 당일 징계를 결정했다. 

 

직원연대는 이 같은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홍보부장의 자택대기발령을 해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홍보부장이 회사의 표적사찰이라며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이에 대한항공은 최근 부산과 제주로 인사발령이 난 정비사 3명에 대해 보복인사 조치를 내렸다는 데 이어 노조원을 중심으로 부당 징계를 내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모양새가 됐다. 

 

노조와의 이견차 역시 점차 벌어지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조종사 노조와 2017년 임금협상을 종결짓지 못한 상태다. 노사는 지난 8월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쳤으나 총 투표인원 811명 중 62.6%가 반대하며 부결됐다. 노사 재교섭 일정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업계선 올해 경영진이 사회적 논란을 빚으며 항공사들의 연대 집회 등이 노조 결속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지난 7월 '기내식 대란'을 빚은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협상은 타결했으나 일반 노조와는 임협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여기에 일반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하면서 위기감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일반 노조는 지난 8월 첫 교섭 이후 임금인상 폭을 두고 회사와 합의점을 좁히지 못해 지난달 20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2일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이달 1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일반직 중심으로 수년째 파업이 없었던 까닭에 노사 관계도 새 국면에 들어설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 기내식 대란으로 인해 업계 체질개선과 수직적 기업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찬성표가 과반수를 넘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시아나 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직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인 지부는 없는 상황이지만 이론상으론 산별노조 소속 연대 파업에 나서는 방법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항공사 노조에겐 파업이란 강경 카드도 회사와의 교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항공운송업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조합원 중 20% 미만의 인력만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까닭이다. 노조가 파업을 해도 회사와의 교섭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려운 이유다. 

 

이에 노동계는 항공운수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조합원의 파업 동력을 막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쟁의권도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대형항공사 외에도 저비용항공사도 많이 생긴 상황에서 항공사의 파업이 공익을 침해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 들어 총수 일가의 배임, 횡령 등 사건이 불거지면서 노동계의 주장은 업계 체질 개선을 위한 방책으로서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노조를 중심으로도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회사로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노조 세력 확장이 가시적이진 않지만 결속력이 강화되는 여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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