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초대형IB 3곳 홍콩 법인 증자 나서…"아시아 시장 경쟁력 갖췄다는 판단"

국내 증권업계에서 해외 사업 확장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법인에 힘을 싣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에만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홍콩 법인 증자 및 출자에 나섰다. 이는 증권사들이 이제는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할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덩치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4억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홍콩 현지법인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 주식을 전량 인수한다. 이 거래가 완료되면 홍콩 현지 법인의 자기자본은 1000만달러에서 4억1000만달러로 41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증자를 통해 키운 투자여력으로 홍콩법인을 아시아 금융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선 홍콩법인에 해외 트레이딩 센터를 구축하고 금융회사 고유 계정으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과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운용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해외 대체투자 상품, 투자금융(IB) 딜 소싱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시킬 예정이다.

다른 국내 증권사들도 앞서 홍콩법인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홍콩 법인 사업확장을 위해 지난 9월 홍콩법인에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완료지어지면 NH투자증권의 홍콩법인 총자본 규모는 올해 2분기말 기준 2516억원 수준에서 3900억원대로 증가하게 된다.

심지어 미래에셋대우는 홍콩 법인 덩치 불리기에다 그룹 회장이 홍콩 법인으로 적을 옮기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초 홍콩 현지 자회사인 ‘Mirae Asset Securities (HK) Limited’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100억원 규모로 출자했다. 이는 인도 법인의 증자를 위한 결정이었는데 홍콩을 아시아 지역 사업 확장의 거점으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은 올해 초 미래에셋대우 홍콩 글로벌 회장으로 취임했다. 해외 사업에 더욱 공을 들이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홍콩 법인을 키우고 있는 배경에는 홍콩이 아시아 금융시장의 허브로 꼽히는 데 있다. 홍콩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글로벌 경쟁력지수에서 금융시장 개발 구성요소 4위에 올라있다. 2016년도에는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뉴욕시장보다 컸을 정도였다. 게다가 대외 개방이 제한된 중국 시장으로의 접근성도 원활하다. 증권사 입장에선 그만큼 홍콩을 글로벌 시장의 거점으로 활용하기가 용이한 것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의 홍콩 현지 법인의 경우 베트남, 브라질, 영국, 중국, 싱가포르, 몽골, 인도네시아 등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 홍콩 시장에서 어느정도 경쟁할 역량을 갖췄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에서와는 달리 홍콩에서는 같은 아시아 국가에 속한 국내 증권사들의 인지도가 어느정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 법인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실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인 ‘Mirae Asset Securities (HK) Limited’은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수익은 370억원, 순이익은 286억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 홍콩 법인인 ‘NH Investment & Securities(H.K.) Ltd.’은 영업수익 289억원, 순이익 100억원 규모였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콩 법인인 ‘Korea Investment & Securities Asia, Ltd.’는 반기 영업수익으로 16억원, 순손실 2억원을 기록했지만 당시 자기자본이 100억원 규모였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해외 사업 확장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법인에 힘을 주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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