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상승 요인 분석 보고서 통해…“노동수요 진작, 일자리 창출 필요” 분석

올해 노동수요 축소가 실업률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그동안 부진한 고용지표에 대한 요인을 인구구조 변화 영향으로 꼽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실업률이 오른 주요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비용 증가와 건설경기 급락, 산업 구조조정 등을 거론해 주목된다.

KDI는 22일 ‘2014년 이후 실업률 상승에 대한 요인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지운 KDI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2014~2017년 실업률(계절조정, 이하 동일)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산업간 미스매치였지만, 작년 4분기~올해 3분기의 실업률 상승은 노동수요 부족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실업의 원인을 실업자 수가 빈 일자리 수보다 많아서 생기는 ‘노동수요 부족에 의한 실업’, 실업자와 빈 일자리가 동시에 존재하는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으로 구분했다.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은 특정 산업에 빈 일자리가 많고 다른 특정 산업에는 실업자가 많지만, 제약 요인으로 인해 실업자의 산업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실업이 생기는 ‘산업간 미스매치’와 연령 구조 등 여타 이유로 생기는 ‘기타 미스매치’로 세분된다.

KDI는 올해 3분기 실업률은 작년 4분기보다 0.38%p 높았으나 요인별로 보면 수요부족인 실업률을 0.25%p 끌어올리며 기여율 67.4%를 기록했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연령 구조 등 기타 미스매치는 올해 실업률을 0.16%p(기여율 41.2%) 끌어올렸고, 산업 미스매치는 실업률을 0.03%p(기여율-8.6%)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

김지운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2018년에는 노동수요가 축소되면서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서의 구조조정 진행, 건설경기 급락, 전반적인 노동비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노동비용 상승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공공 부문 정규직화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KDI는 이들 요소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까지 연구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기타 미스매치 실업률이 상승한 것이 “실업자의 인적 구성 및 최근 채용방식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일자리와 연결되기 어려운 고령층 실업자가 증가하는 경우와 채용방식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채용 과정이 길어지는 경우 기타 미스매치 실업률이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통계청 측이 취업자 증가 폭 감소의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취업자 증감에 미치는 인구구조의 영향이 올해는 아주 크지 않다”면서 “이번 연구는 실업률에 관한 것으로 취업자 증감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으나, 우리가 분석한 결과로 보면 인구구조의 변화가 최근 취업자 증감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 미스매치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주택 건설 감소로 인해 건설업의 일자리 초과 공급 현상이 완화하고, 도매 및 소매업에서는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실업자들이 취업 가능성이 큰 다른 산업으로 이동한 결과라는 게 KDI측 설명이다.

보고서는 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수요 진작,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새로운 노동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혁신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이어 산업간 미스매치로 인한 실업을 줄이려면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경직성이 완화해 산업 간 실업자들의 이동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임금·근로조건 경직성 완화, 원·하청 사이의 불공정한 거래제도 개선, 기술 수준 변화에 부합하는 탄력적인 임금·근로조건 조정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연령 구조 등 기타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고령층 노동시장에서 일자리와 구직자 간 결합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하는 고용서비스 내실화, 채용 절차의 효율성 제고 등을 제안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